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LG와 KT가 대약진했다. NC와 키움, 두산은 주춤하다. KBO리그 상위권 지형도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대혼전을 예고했다.
선두 NC 다이노스부터 공동 4위 두산 베어스, KT 위즈까지의 격차는 겨우 5경기. 그 사이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까지 끼여있다. 키움이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게임 차'까지 등장했다.
NC의 선두독주는 7~8월을 거치며 끝났다. NC를 가장 위협하던 키움과 두산의 3강 체제도 깨졌다. 키움이 7월 추락과 8월 회복으로 그래프가 크게 휘청거렸다. 두산은 완만하게 추락했다. 그 사이 LG가 8월 상승세를 바탕으로 두산과 키움을 차례대로 제치고 2위에 올랐다.
5강 구도에도 변화가 크다. 뭉쳐있던 KT, 롯데, KIA, 삼성의 틈이 벌어졌다. 삼성이 가장 먼저 내려갔다. 롯데와 KIA도 크게 치고 올라오지 못한다. 반면 KT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5위를 공고히 하더니 두산의 하락세와 맞물려 공동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페넌트레이스는 아직도 2개월 정도 남아있다. 순위다툼은 생물과도 같다. 1~2경기 결과로 구도가 바뀌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짧게는 1~2주 단위, 길게는 1개월 단위로 끊어서 보면 분명 흐름은 바뀐다.
기본적으로 올 시즌은 변수가 많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최악의 경우 시즌이 중단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부상자도 넘쳐난다. 월요일 경기에 더블헤더까지. 현 시점에서 올 시즌의 승자를 점치는 건 무의미하다.
분명한 건 2010년대 초반의 삼성, 2010년대 후반의 두산처럼 절대강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선두 NC는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한다. 문경찬의 연착륙으로 최약체 불펜이 반등하고 있다. 반대로 구창모의 장기이탈과 이재학의 2군행으로 선발진이 시즌 초반에 비해 약화됐다. 때문에 시즌 초반과 같은 압도적인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나성범이 이끄는 타선이 좋지만, 타격은 어느 팀이나 업&다운이 있다.
키움은 부상자가 너무 많다. 에릭 요키시, 최원태, 이승호, 안우진, 박병호, 박준태가 줄줄이 이탈한 뒤 플랜B를 앞세워 잘 버텼다. 8월 승률 2위. 그러나 9월 들어 2승3패로 주춤하다. 어차피 플랜B들에게 높은 애버리지를 기대할 수 없다. 간판타자 이정후마저 슬럼프다. 철벽불펜 이영준과 조상우의 페이스도 떨어졌다. 시즌 내내 타선의 생산력이 작년보다 좋지 않다. 때문에 경기력이 압도적이지 않다. 그나마 6일 고척 KT전서 에이스 에릭 요키시의 선발 등판을 시작으로 주축 투수들이 복귀를 바라본다.
두산은 지난 4~5년의 호황기에 대한 부작용이 서서히 찾아오는 시점이라는 게 대다수 야구관계자의 견해다. 어느덧 30대 중반 베테랑이 많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렀던 선수들의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 자연스럽게 투타에서 힘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서 LG와 KT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LG는 8월 승률 1위에 9월에도 3승1무로 잘 나간다. 최근 6연승. 딱히 타선, 선발진, 불펜에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2~3년간 신인들을 잘 수급, 관리하면서 뎁스가 상당히 두터워졌다. 한~두 명의 부상 혹은 부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부진하던 로베르토 라모스가 8월을 계기로 살아났다.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도 시즌 초반의 난조에서 벗어났다.
KT도 최근 5연승을 챙겼다. 멜 로하스 주니어, 강백호, 황재균, 조용호, 배정대, 유한준 등이 이끄는 타선이 리그 최강이다. 최근 파괴력만 놓고 보면 상위권 5팀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시즌 초반 무너진 마운드도 재건했다.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특급신인 소형준이 실질적 원투펀치를 이뤘다. 윌리엄 쿠에바스도 건재하다. 불펜도 마무리 김재윤을 축으로 이대은까지 복귀했다.
아직도 시즌은 3분의 1이 남았다. 지금 잘 나가는 LG와 KT가 9~10월에 주춤할 시점이 반드시 찾아온다. 기초체력이 좋은 NC와 키움이 이대로 무너질 리도 없다. 약해졌지만, 그래도 두산은 두산이다. 이대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즉, 현재 5강에서 절대강자와 절대약자는 없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2~5위가 어떻게 정리될지 상당히 흥미롭다.
아울러 포스트시즌이 역대 최상급의 '꿀잼 가을야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규시즌이 11월 초 정도에 끝난다고 보면, 포스트시즌 대부분 경기를 고척 중립경기(11월15일부터)로 진행해야 한다. 그 어느 시즌보다 팀들의 전력 차가 작다. 심지어 홈 어드벤티지마저 없는 가을야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관중 포스트시즌이라면 키움이 고척 중립경기서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다. 준플레이오프가 3전2선승제라면 더더욱 업셋의 가능성을 키운다.
종목은 다르지만, 요즘 '올랜도 버블'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는 사실상 시드가 의미 없다. 매 시리즈, 매 경기 대접전이다. 2020년 가을의 KBO리그 막바지 순위다툼, 포스트시즌도 그럴 조짐이다. 현장에서 야구의 맛을 보지 못하는 팬들은 코로나19가 원망스럽다.
[LG-NC전(위), LG 선수들(가운데), KT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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