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초심을 찾으려고 한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올 여름에 야구 팬들 사이에서 대유행한 '8치올(8월에는 치고 올라간다)'의 창시자다. 실제 롯데는 8월에 호성적을 거두며 어느 정도 치고 올라왔다. 나아가 허 감독은 최근 'D-데이'를 언급했다. 불펜투수들의 3연투 등 총력전을 시작하는 구체적인 시점을 의미한다.
9월 들어 6승6패로 보합세다. 롯데로선 12~13일 인천 SK전서 1승도 건지지 못한 게 아쉬웠다. 대부분 구단이 승수를 챙기는 하위권의 SK에 연이틀 당한 데미지가 컸다. 그래도 15일 고척 키움전을 잡으면서 한 숨 돌렸다.
롯데는 정확히 40경기를 남겨두고 5위 KT에 4경기, 6위 KIA에 2.5경기 뒤졌다. 현실이 만만찮다. D-데이 설정이 사실상 무의미하다. 허문회 감독도 15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일요일(SK전 연패 후)에 잠을 못 잤다"라고 했다.
SK에 연패한 뒤 잠을 이루지 못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로 SK전 연패가 속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잔여시즌 운용, 나아가 감독인 자신에게 여러 가지를 되물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다.
허 감독은 "1등을 하면 더 좋겠지만, 지금 성적에 팬들은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는 게 보인다. 고맙다. 못 칠 수도 있고, 실책을 할 수도 있다. 그게 야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준태 타구가 넘어갔다면(12일 인천 SK전, 1-2로 뒤진 9회초 2사 1,2루 찬스. SK 우익수 최지훈의 환상적인 점프캐치로 경기 종료) 또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몰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구나'라고 느꼈다"라고 했다.
야구는 변수가 많다. 최상의 계획을 잡아도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플랜B~C를 준비해도 통할 것인지는 실전을 거쳐야 알 수 있다. 하물며 경기 도중에도 감독이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허 감독 말대로 김준태의 타구는 김준태로선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허 감독이 내린 결론은 "오늘 베스트 멤버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다"다. 8치올도 좋고, D-데이도 좋다. 결국 눈 앞의 경기를 잃고 D-데이를 잡은 이후의 경기를 잡으면 의미는 퇴색된다. 시즌 막판을 위해 선수생명을 갉아먹으면 안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 감독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초심이 흐트러진 부분이 있었다. SK전이 끝나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우리가 뭘 해야 할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너무 이기려고만 했다. 초심을 잡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허 감독은 잔여 40경기서 상황이 되면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다. 일단 서준원을 17일 잠실 LG전서 마지막으로 선발투수로 쓰고 불펜에 대기시킬 계획이다. 불펜들이 3연투에 들어가면 서준원의 가세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계산했다. 대신 선발 한 자리는 2군에서 준비 중인 이승헌이 맡는다. 20일 부산 NC전 선발로 내정했다.
앞으로 핵심 불펜들은 3연투를 할 수도 있고, 한계 투구수를 좀 더 늘릴 수도 있다. 허 감독은 "초반과는 다르게 운용할 것이다. 3연투가 될 수도 있고, 투구수도 10개가 기준이라면 15~17개 정도로 늘릴 수도 있다. 10개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30개씩 던질 수는 없다. (성공)확률을 높이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D-데이는 사실상 시작됐다. 당장 허 감독은 15일 고척 키움전서 3⅔이닝 2실점한 노경은을 과감히 내리고 불펜을 풀가동, 승리를 이끌어냈다. 결국 144경기 성적으로 평가 받는다. 롯데의 올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 초심을 찾은 허 감독은 매일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롯데 허문회 감독(위), 허문회 감독과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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