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박병호(키움 히어로즈)에겐 최악의 2020년이다.
키움과 박병호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15일 손등을 다시 검진했다. 뼈가 붙는데 1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이미 8월19일 창원 NC전서 상대 투수의 투구에 맞아 이탈한 뒤 1개월을 기다렸다.
박병호는 이제 초점을 포스트시즌에 맞춰야 한다. 손혁 감독도 16일 고척 롯데전을 앞두고 "잔여 정규시즌은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정규시즌 일정은 10월 18일까지 편성된 상태다. 이후 편성될 경기들을 감안하면 11월 초까지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키움은 고척스카이돔을 홈으로 쓴다. 리그에서 잔여경기가 가장 적다. 또한, 10월 중순에 뼈가 붙어도 다시 방망이를 잡고 타격 감각을 끌어올리는 시간도 감안해야 한다. 극적으로 잔여 정규시즌에 출전하더라도 많은 경기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
박병호는 올 시즌 83경기서 275타수 63안타 타율 0.229 20홈런 58타점 53득점을 기록했다. 이탈하기 직전 규정타석 타율 최하위권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1달간 쉬면서 규정타석 미달로 자연스럽게 순위에서 빠졌다.
박병호가 이대로 시즌을 마칠 경우 메이저리그 및 마이너리그 경험을 마치고 돌아온 2018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는다. 타율은 말할 것도 없고 장타율(0.469)도 LG 트윈스 시절이던 2010년(0.344) 이후 처음으로 4할대로 떨어진다. 사실상 야구에 눈을 뜬 2011년 이후 최악의 한 해다.
가장 안타까운 건 홈런 기록이다. 박병호는 8월11일 고척 한화전서 KBO 역대 두 번째로 7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다.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 2018년 43홈런, 2019년 33홈런을 쳤다.
다치지 않고 정상적으로 출전하면 얼마든지 7년 연속 3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기대할 수 있었다. 애버리지가 떨어졌으나 홈런 생산력은 그렇지 않다는 게 7년 연속 20홈런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박병호의 7년 연속 30홈런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7년 연속 30홈런(1997년~2003년)은 이승엽 KBO 홍보대사만 갖고 있는 대기록이다. 7년 연속 20홈런도 이승엽과 박병호만 보유했다. 심지어 2년 연속 50홈런은 이승엽도 보유하지 못한 박병호만의 훈장이다.
물론 기록을 위해 야구를 하는 건 아니다. 박병호도 인터뷰를 할 때마다 홈런 숫자보다 팀 공헌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도 KBO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다. 사람이라면 불의의 부상으로 7년 연속 30홈런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쉽지 않을 리 없다.
박병호는 올 시즌 도중 인터뷰를 통해 "부진 탈출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라고 했다. 고무줄을 하체에 끼우고 타격연습을 하기도 했고, 동료 및 코치와 얘기를 많이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끝내 해답을 얻지 못했다. 부상으로 이탈하기 직전 10경기서 3홈런을 쳤지만, 타율 0.240에 그쳤다.
키움 중심타선의 무게감은 작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박병호의 부진과 공백이 결정적이다. 당장 박병호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괴로울 수밖에 없다. 동료에게 배팅볼을 던지는 등 나름대로 팀을 위해 헌신한다. 손 감독은 "가장 힘든 건 본인"이라고 했다. 후배 김하성은 "병호 형의 공백을 느낀다. 빨리 돌아오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제 박병호와 키움이 그리는 최상의 미래는 박병호의 포스트시즌 대폭발이다. 키움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면 지금까지의 시련도 깨끗하게 털어낼 수 있다. 다만, 포스트시즌 특성상 중심타자는 집중마크를 당할 게 확실하다. 부족한 실전감각을 메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
박병호가 고난과 최악의 2020년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서 자존심이 걸려있다. 박병호가 웃어야 키움도 가을에 웃을 수 있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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