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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감독되니 캐스팅 거절하는 선후배에 상처 받아, 내 과거 반성하기도" ('더 먹고 가')

시간2020-11-16 09:28:35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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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배우 겸 감독 박중훈이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15일 방송된 MBN '더 먹고 가(家)' 2회에서는 박중훈이 ‘임강황’ 삼형제가 사는 산꼭대기 집을 방문해, 영화 인생 34년을 되돌아보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산꼭대기 집’의 주인 임지호 셰프, 강호동, 황제성은 겨울을 앞두고 김장 준비에 돌입했다. 임지호 셰프와 황제성은 강화도까지 가서 싱싱한 배추와 순무, 각종 젓갈을 공수해 왔다. 강호동과 함께 본격적인 김장 김치 담그기에 돌입한 세 사람은 어마무시한 김장 재료 손질에 구슬땀을 흘렸다. 한창 몰입하고 있는 순간, 뒷산에서 박중훈이 난입(?)해 강호동의 비명을 유발했다.

두 사람은 20대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무려 ‘30년지기’로, “호동아~”, “행님~”이라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김치 6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박중훈은 “체력 안배를 해야겠네”라며 배추더미 앞에 앉았다. 임지호 셰프는 순무 손질하면서 나온 잔뿌리들을 모아, 수육을 삶는 들통에 넣었다. 그는 “순무 뿌리가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며 “못 쓴다는 생각 때문에 못 쓰는 거지, 얼마든지 유익하게 쓸 수 있다”며 음식물 쓰레기가 될 뻔한 순무 뿌리의 귀한 가치를 일깨워줬다.

이어 박중훈은 김칫소 버무리기, 뒷마당에다 장독대 심기 등을 거들었고, 장독대에 김장 김치를 담아 묻으면서 “김치가 맛있게 익어갈 내년 봄쯤,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값진 노동 끝에 6종 김치가 완성됐다.

임지호 셰프는 먼저 삶아뒀던 돼지 수육에, 삭힌 마늘 김치, 바나나밥, 토마토밥, 늙은 호박밥 등을 곁들여 박중훈만을 위한 ‘칭찬밥상’을 만들었다. 임지호 셰프는 “배우에서 감독의 길을 걷고 있는 박중훈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활력을 불어넣어줄 음식들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박중훈은 미리 가져온 와인과 함께 맛있게 식사한 뒤, “먹는다는 게 이렇게 큰 기쁨을 준다”며 감동을 표했다. 황제성은 “그야말로 ‘박중훈훈 밥상’”이라고 거들었다. 식사 후 네 사람은 마당으로 나와, 박중훈의 통기타 연주가 곁들여진 ‘비와 당신’을 함께 불렀다. ‘라디오 스타’ OST인 이 곡에 대해 떠올리던 중 박중훈은 “아버지가 생전에 유언 비슷하게 ‘너는 무조건 안성기만 따라 가라’고 하셨을 정도”라며 안성기를 향한 무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또한 배우에서 감독으로 전향하면서 겪었던 ‘마음의 상처’를 고백하면서 봉준호 감독에게 고민을 털어놨던 에피소드도 전했다. 박중훈은 “봉 감독에게 ‘설국열차’ 개봉 뒤 쯤, ‘어떻게 하면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선배님, 사실 저도 굉장히 힘들어요’라고 하더라. 그 한마디에, 성급하게 질문을 던진 제가 부끄러워졌다. 그 후로는 (감독) 일에 대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감독이 된 후,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캐스팅을 거절하는 선후배 배우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박중훈은 “여태껏 4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는데 2000편 이상 시나리오를 받았던 것 같다. 1960편을 거절한 셈인데 ‘그때 왜 겸손하게 거절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게 마음에 걸린다”고 털어놨다.

박중훈의 진심어린 고백과 깨달음에 ‘임강황’ 삼형제도 고개를 끄덕였으며, 임지호 셰프는 마당에 있는 복숭아 나무에서 잎을 따 ‘복숭아 차’를 만들어주면서 잔기침이 있는 박중훈의 목 건강을 챙겼다. 또한 그는 “나 역시 60여 년 살아오면서 요리할 때 한 번도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다”면서,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부족한 걸 채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언젠가 다 채우고도 넘칠 것이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순간, 꿈이 이뤄질 것”이라고 덕담했다.

마지막으로 임지호 셰프는 순무, 배추 김치를 정성스레 보자기에 싸서 박중훈에게 선물했다. 박중훈은 “김치가 내겐 최고의 선물”이라며 내년에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했다.

[사진 = MBN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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