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0대 선수가 뭐가 더 좋아지겠느냐고 하겠지만, 내가 볼 땐 농구가 늘었다."
신한은행 김단비(30)는 올 시즌 13경기서 평균 37분17초 동안 19.1점(2위) 8.8리바운드(6위) 5.5어시스트(3위) 1.3스틸(8위) 1.4블록(3위)이다. 득점과 리바운드는 커리어하이. 외국선수가 없는 영향도 있다. 올 시즌 대부분 팀의 에이스는 예년보다 기록이 좋다.
중요한 건 수치 이상의 임팩트, 내실이다. 정상일 감독은 "30대 선수가 뭐가 더 좋아지겠느냐고 하겠지만, 내가 볼 땐 단비도, (이)경은이도, (한)채진이도 농구가 늘었다. 또 그렇게 (잘)해야 할 때다"라고 했다.
김단비는 2008년에 데뷔했다. 저연차 시절부터 꾸준히 많은 기회를 얻었다. '레알 신한' 시절의 막내로서 국가대표급 언니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이후 토종 에이스로서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30대를 맞이했다. 만 30세인데 정규경기만 416경기에 나섰다. 국가대표팀 붙박이 주전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김단비의 스타일은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운동능력이 탁월하다. 리그 최고수준이다. 스피드를 앞세운 드라이브 인은 쉽게 막기 어렵다. 3점슛에 약점이 있지만(슛 거리가 길지 않다) 미드레인지 점퍼는 꽤 정확하다.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1번부터 4번 수비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올 시즌 왜 더 강력할까. 일단 최근 4~5년을 돌아볼 때 몸 상태가 가장 좋다. 정 감독은 "예전에 몸이 정말 좋을 때는 리바운드를 뜨면 비슷한 신장의 선수보다 팔꿈치 하나 만큼 더 올라갔다. 지금도 그렇다. 몸 상태가 최상이다"라고 했다.
지난 비 시즌은 대표팀 소집이 없었다. 온전히 팀에서 몸을 만들었고, 관리했다. 이휘걸 코치의 세심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 감독은 "본인도 잘 만들었고, 코치들에게 굉장히 고맙다"라고 했다. 몸 상태가 최상이니 특유의 운동능력이 최상으로 발휘된다.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연결된다. 여전히 30대 초반. 전성기다.
김단비 특유의 돌파가 막기 힘든 '필살기'가 된 것도 그 덕분이다. 사실 김단비의 돌파는 정직한 편이다. 헤지테이션이나 리듬감이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그 자체로 강력하고 날카롭다. 정 감독은 "스피드와 힘이 있으니 그렇다. 나이를 먹으면 좀 떨어질 수는 있다"라고 했다.
여기에 구력이 쌓이면서 레벨이 올라갔다. 정 감독은 "순간적인 판단력이 좋아졌다. 수비 시야도 넓어졌다. 4번을 보면서 20점 가까이 넣어주고, 공격리바운드(3.8개)도 많이 잡아주는 게 팀에 큰 힘이 된다"라고 했다.
과거에는 자신의 운동능력에 의존하는 농구를 했다면 이젠 최상의 컨디션으로 운동능력을 발휘하면서 구력을 바탕으로 공수에서 경기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이 향상됐다. 공격리바운드와 어시스트가 늘어난 건 우연이 아니다. 16일 하나원큐전서는 개인통산 두 번째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김단비는 "내가 좀 투박한 농구를 구사한다. 지금도 억지 농구가 있다. 슛이 특출 나게 좋은 것도 아니다. 부족한 부분은 후배들, 다른 팀 선수들을 보면서 따라 하려고 하고 많이 배우려고 한다. 은퇴하는 날까지 누군가의 장점을 배워야 한다. 아직 나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라고 했다.
특히 김정은(우리은행)을 두고 "힘, 스피드에서 여전히 최고다. 원래 수비를 잘 했는데 우리은행에서 더 좋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김단비가 김정은에게 꽁꽁 묶였던 경기(11월 25일 홈 경기, 35분47초 동안 2점)가 올 시즌 거의 유일한 옥에 티다.
그래도 김단비만의 노하우는 무시할 수 없다. "피로회복이 20대보다 안 되긴 한다. 그러나 지금도 체력 훈련을 할 때 20대 선수들보다 뒤지지 않는다. 훈련량이 부족하면 맞추면 된다. 몸을 관리하는 노하우는 있다"라고 했다.
김단비는 계속 시험대에 오른다. 에이스의 최대가치는 결국 팀 성적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렸다. 올 시즌 신한은행은 다크호스다. 팀을 최대한 높은 곳에 올리면 김단비의 가치도 더 높아진다. 김단비는 "코로나19 때문에 남편이 좀 힘들다. 내가 한 발 더 뛰어서 더 벌어놔야 남편을 먹여 살릴 수 있다. 내가 은퇴하면 남편이 더 벌어줄 것이다"라고 했다.
[김단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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