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배우 염혜란의 낯선 얼굴이 스크린을 채웠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020~2021)을 시작으로 영화 '새해전야'(2021)를 거쳐 '아이'(2021)까지 누구보다 바쁜 연초를 보내고 있는 그는 영화 '빛과 철'(2021)로 또 한 번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10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염혜란은 "인물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있어 겸손하게 접근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라며 겸손 또 겸손했다.
'빛과 철'은 남편들의 교통사고로 얽히게 된 두 여자와 그들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았다. 단편 영화 '고함'(2007), '계절'(2009), '모험'(2011)으로 주목받은 배종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염혜란은 여태 보여준 적 없는 서늘한 매력의 영남으로 분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을 받았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자신을 고통 속에 살게 한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는 희주(김시은)와 숨 막히는 감정의 스펙터클로 날 선 대립을 펼친다.
이날 염혜란은 영화가 3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며 "어렵게 세상에 나와서 뭉클하다. 감독님이 옆에서 고생하는 것이 느껴졌다. 개봉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어두운 얘기가 될까 봐 걱정했다. 전체적으로 힘이 있는 영화가 됐다. 관객 여러분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시나리오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염혜란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강렬한 것들이 나왔다. 많은 고민을 거친 느낌을 받았다"라며 "감독님이 대사를 안 할 때 나오는 서늘함이 좋았다고 하더라. 염혜란이 안 보여준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내면에 많은 것을 응축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미지로 보면 태풍의 눈 같다. 잔잔해 보이지만 불안하고 큰일이 일어나기 직전 같다. 이 상태에서 태풍의 정면으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느낌이 좋아서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가 봐도 영남 역은 욕심났을 거다. 변화를 가진 인물을 만나기 어렵다. 어렵고 힘들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극 중 배우 김시은과 날카롭게 대치하는 염혜란은 "김시은을 맞닥뜨렸는데 '빛과 철'의 철처럼 내 앞에 앉아 있었다. 김시은이라는 배우가 염혜란을 싫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단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보이지 않는 칼날이 날아다니는 느낌이었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시은과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촬영하면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오히려 거리를 뒀다. 김시은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잘했다. 내가 배우상을 받았지만 받으면서도 민망했다. 김시은이 받아야 하는 상이다"라며 "현장에서도 좋았다. 테이크를 많이 갔는데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더라. 나중에 말해서 알았다. 끈기 있게 잡아내려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라고 회상했다.
'빛과 철'의 의미를 묻자 "'빛과 철'이 무엇인가요?'가 감독님에게 제일 처음 물어본 질문이다. 낯섦에서 희한함이 느껴졌다. 빛이 철을 통과해서 강렬한 눈부심을 주는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차갑게 느껴졌다. 감독님은 교통사고 신에서 이 이미지를 느꼈다고 했다"고 전했다.
'몰입의 천재'라는 호평을 두고는 "과찬이다. 줄리엣 비노쉬의 팬이다. '배우는 나무토막을 보고서도 사랑을 고백해야 하는 직업이다'라고 했다. 멋진 말이다. 사람을 보지 않고 연기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라고 했다.
이달에만 세 편의 영화 개봉으로 열일 행보를 잇고 있는 염혜란이다. 그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참 좋다. 세 작품을 동시 개봉하면서도 내 연기를 큰 스크린에서 확인하는 게 걱정되고 부담스럽더라. '빨리 들통나버리는 건 아닐까?', '많이 노출될수록 실망감도 커질 텐데'라는 걱정이 든다"라면서도 "차기작은 JTBC 드라마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다. 경찰 역으로 나온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영화 '빛과 철'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사진 = 찬란]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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