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추억의 '주유소 유니폼'을 기억하십니까?"
'밀레니엄 시대'가 열린 2000년에 창단한 SK 와이번스는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지난 해까지 다양한 종류의 유니폼을 선보였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창단 첫 유니폼은 파란색과 줄무늬가 어우러졌지만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과 너무 흡사한 것이 문제였다. 양팀이 맞대결을 하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SK는 줄무늬를 배제하고 와이번스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으로 교체했고 전보다 깔끔해진 디자인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SK는 2002시즌을 앞두고 또 한번 유니폼을 '수술'했고 SK 팬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말았다. 와이번스 로고의 크기가 손톱 만큼 줄어든 반면 'SK'라는 두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등장했다. 게다가 모자에도 와이번스의 'W'가 아닌 'SK'가 새겨졌다. 마치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주유소 유니폼'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SK는 가슴팍에 새겨진 'SK'의 글자 크기를 줄이고 2003년부터는 모자에 'W' 마크를 부활했지만 여전히 유니폼에 대한 여론은 싸늘했다. 결국 2003년을 끝으로 '주유소 유니폼'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SK는 실패를 교훈 삼아 '유니폼 명가'로 거듭났다. 특히 SK가 한국시리즈 3회 우승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낼 때 입었던 유니폼은 '왕조 유니폼'으로 불리며 인천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니폼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제 인천 팬들은 또 한번 새로운 유니폼과 마주할 준비를 해야 한다. SK 구단이 신세계그룹에 매각됐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새로운 구단명과 엠블럼, 그리고 유니폼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 구단은 신세계그룹 실무진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이어가면서 "인천 팬들은 빨강색 유니폼과 검정색 모자를 선호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스스로 '흑역사'도 꺼냈다. SK가 신세계에 "예전에 '주유소 유니폼'이라고 있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지 못했다"라고 아픈 과거(?)를 공개한 것이다. 류선규 SK 단장은 "신세계 실무진들이 구단 측에서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더라"고 전했다. SK 야구단을 100% 승계하기로 한 신세계는 이제 새 야구단의 '디자인'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 신세계가 '흑역사'까지 꺼낸 SK 구단의 이야기를 잘 새겨 듣는다면 새 야구단 유니폼은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김원형 SK 감독의 현역 시절 투구 모습. 이때 SK 선수들이 입었던 유니폼은 일명 '주유소 유니폼'으로 불렸다.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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