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SNS에서 시작됐다…배구계 폭력 경종 울리나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SNS에서 시작된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수도 있나. 배구계가 폭력 이슈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과거 학교 폭력 논란에 이어 현직 프로 감독의 국가대표 코치 시절 폭행 파문까지 다시 이슈가 되면서 더이상 배구계가 폭력 이슈로 몸살을 앓지 않으려면 폭력을 완전히 근절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이다영의 SNS에서 시작됐다. 이다영은 SNS를 통해 팀내 '불화설'을 암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곧 터지겠지. 곧 터질 거야. 내가 다 터뜨릴 거야"라든가 "본인은 모르지. 당한 사람만 알지. 난 힘들다고 했고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괴롭히는 사람이 잘못 아닌가요"라는 말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다영이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모습은 과거 학교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들의 분노를 일으켰고 결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실을 폭로하면서 쌍둥이 자매와 흥국생명 구단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사과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여론에 결국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이다영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학교폭력 이슈는 남자부에게로도 번졌다. 과거 송명근과 심경섭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폭로했고 가해 선수들과 OK금융그룹이 사과에 나섰다. 이들 역시 남은 시즌 동안 출전하지 않기로 선언하면서 자숙에 들어갔다.

이들 외에도 현역 프로 배구선수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와 더 크게 번질 가능성도 있다.

배구계가 폭력 이슈가 커지자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에게도 시선이 향했다. 이상열 감독은 과거 폭행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국가대표 코치 시절 박철우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2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2년 뒤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돌아왔고 이번 시즌부터 KB손해보험의 감독직을 맡고 있다.

이상열 감독은 '인과응보'라는 단어를 쓰면서 그동안 자신이 반성했음을 말했지만 '피해자'인 박철우는 SNS를 통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여전히 피해자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12년 전에 벌어진 일이라 잊혀진 줄 알았지만 피해자의 입장은 그렇지 않았다.

V리그가 인기 절정의 시대를 맞으면서 배구계가 르네상스를 열고 있었으나 폭력 이슈가 커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한 선수의 SNS로 촉발된 지금의 이슈를 오히려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철저하게 반성하면서 그동안 만연했던 '폭력'이라는 두 글자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시스템 개선과 분위기 조성이 절실한 때다.

[이다영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18일 OK금융그룹전에 출전한 박철우.(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안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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