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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최창환 기자] “이미 환경은 바뀌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해왔던 대로 해야 된다’라고 생각하면 끝이 없다. 이젠 내가 맞춰가야 한다”라고 말한 추신수(39)였지만, 열악한 잠실구장 원정팀 시설에 대한 아쉬움은 지울 수 없었다. 잠실구장이 오래 전부터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해묵은 숙제였다.
SSG 랜더스에서 새 출발하는 추신수가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추신수는 30일 서울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1시즌 시범경기에 3번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장, 3타수 2안타 1볼넷 활약을 펼친 후 교체됐다. 추신수의 시범경기 첫 멀티히트였으며, SSG는 3-2 신승을 거두며 시범경기 첫 승을 신고했다.
추신수는 시범경기에 7차례 모두 출전, 타율 .278(18타수 5안타) 4볼넷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홈런은 없었지만,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첫 멀티히트 및 3출루를 작성하며 정규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추신수에게 한국은 모국이지만, KBO리그는 처음 발을 내딛는 리그다. 절친한 사이인 이대호(롯데)를 비롯해 낯익은 선후배들과 경쟁하지만, KBO리그의 시스템과 환경 등 처음 접하게 돼 적응해야 할 요소도 적지 않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 시절을 겪긴 했지만, 추신수는 기량이 만개한 후 꽤 오랫동안 슈퍼스타 레벨에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쌓은 베테랑이다. 최첨단 시스템에서 경기를 거듭해왔다는 의미다. 물론 KBO리그 역시 시즌을 거듭하며 발전해왔지만, 메이저리그의 환경과 비교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금전적인 규모 차를 감안하면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다.
추신수 역시 “이미 환경은 바뀌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해왔던 대로 해야 된다’라고 생각하면 끝이 없다. 이젠 내가 맞춰가야 한다. 쉽게 말해 무인도에 혼자 떨어졌다,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이렇게 시즌을 준비하고, 나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앞으로도 해야 한다는 건 욕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잠실구장에서 LG를 상대로 치른 시범경기 2연전은 생소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경험이었다.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한 건 내 기억만 돌아봤을 때 처음인 것 같다”라고 운을 뗀 추신수는 “원정팀 시설은 많은 선수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비해 열악한 것 같다”라며 견해를 전했다.
추신수는 “우리 선수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하면, 보다 나은 기량을 지닌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라커룸도 라커룸이지만, 원정팀 (실내)배팅 케이지가 없는 건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선수 입장에서 경기 전 최소한의 준비만 할 수 있다. 충분히 준비를 하고 임해도 안 풀릴 수도 있는 이 힘든 경기를 최소한의 준비만 하고 치러야 하는 게 아쉽다. 원정팀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이어 “나는 1경기를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어서 준비한다. 미국에 있을 땐 경기 전후로 온수, 냉수를 오가며 몸을 풀었다. 하지만 여긴(잠실구장) 온수를 받을 수 있는 공간도 없다. 선수가 경기를 하다 다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내가 모든 준비를 다했는데도 다치는 것과 여건이 안 된 상태에서 뛰다 다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잠실구장의 원정팀 시설이 열악한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왔던 사안이다. 개보수를 통해 라커룸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비좁은 탓에 3루 더그아웃 뒤쪽 복도에는 항상 원정팀 선수들의 장비가 널브러져 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장이지만, 오래 전 지어진 구장인 까닭에 해결책을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추신수는 “물론 열악한 시설도 내가 이겨내고,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하는 한편,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한국프로야구도 환경이 개선됐으면 한다”라는 소신도 잊지 않았다.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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