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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새로운 나' 발견"…'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의 낯선 얼굴 [인터뷰 종합]

시간2021-04-23 15:05:10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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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사실 20대 초반에는 목표가 없었어요.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몰랐었죠. 하지만 조급해하진 않았어요. 연기를 하고 현장을 느끼면서 배우에 대한 꿈을 점차 갖기 시작했죠. 돌이켜보면 꿈을 다 이룬 것 같아요."

개봉을 앞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에서 현실에 순응하는 보통의 청춘 소희를 연기한 배우 천우희의 말이다. 23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많았으면 잃을까 봐 불안했을 텐데 아니었다"라며 소희와의 공통점을 짚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강하늘)와 소희(천우희)가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하고 써내려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꿈도 목표도 없는 영호와 새로울 것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소희, 알 수 없는 내일에 불안하고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생기를 잃어가던 두 사람은 영호가 편지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변화를 맞게 된다.

천우희는 영화 '써니', '한공주', '곡성' 등에서 보여준 강렬한 모습과는 정반대의 친근하고 평범한 캐릭터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팍팍한 현실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싹싹한 모습과 아픈 언니 대신 우연히 주고받은 편지지만 영호에 대한 고마움, 미안함이 점점 커져가는 소희의 내면을 단단한 감성 연기로 그려냈다.

그는 "감독님이 '천우희의 다른 모습을 담고 싶다'고 하셨다. 극적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캐릭터와 달리 잔잔해서 궁금했는데 감독님이 디렉션을 명확하게 주셨다. 감정 표현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감정뿐만 아니라 비주얼로도 청춘 드라마에 어울리게 나왔으면 하셨다"고 돌이켰다.

이어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차분함과 나이대에 맞는 생기를 처음 봤다. 감독님이 계속 '예쁘게 찍어드리겠다'고 해주셨다. 맑게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라며 "무거운 역할을 많이 해서 밝은 역에 대해 갈증이 있었다. 도전했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럽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청춘물에서 멀어질까 봐 아쉬웠는데 지금이라도 하게 돼 다행이다. 오랫동안 청춘물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상대역인 배우 강하늘은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20대 청년 영호로 분했다. 천우희는 "강하늘 배우가 영호를 표현하는 방식이 좋더라. 생동감이 잘 살아있었다. 영호와 소희의 다른 결이 오히려 시너지가 좋았다"라며 "촬영 장소가 아예 다르다보니 현장에서 마주칠 일이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후반 작업이나 홍보 때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강하늘 배우가 워낙 넉살이 좋다. 편하고 성격이 잘 맞아서 요즘 더 친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팍팍한 현실과 마주한 영호와 소희는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편지로는 전달할 수 없는 인물의 감정이나 배경, 상황은 내레이션이 설명한다. "편지로 감정선을 이끄는 것은 처음이었다"는 천우희는 "내레이션으로만 연기를 하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 흥미롭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제가 구현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열려있어 좋았다. 강하늘 배우와 만나서 내레이션 녹음을 주욱 해봤다. 대화처럼 느껴져 그때의 느낌을 복기하면서 촬영했다"고 떠올렸다.

팬에게 받은 편지가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는 그는 "누군가가 저를 좋아해준다는 것만으로 큰 감동이다. 팬 여러분이 편지에 본인의 이야기를 써주실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하면서 제 연기로 위안을 받고 공감했다는 말을 들을 때 감사한 생각이 든다"라며 웃었다.

천우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팬심이라면 위안을 주는 존재는 가족, 지인, 동료, 반려동물이다. 그는 "소희는 가족을 위해 꿈을 접은 인물이다. 저도 지금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를 꼽으라면 가족이다. 열심히 효도하려고 하지만 아쉬운 딸이다. 마음속으로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의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절친인 배우 문근영, 김예원, 한예리를 언급하며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서로 같은 나이대에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특히 30대 중반을 넘어서며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다. 배우로서의 고민을 나눈다"고 말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사진 = (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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