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무 조심스럽다."
윤석민이 마지막으로 마운드를 지킨 건 2018년이었다. 2019시즌 후 완전히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언젠가 현장으로 돌아올 생각에 야구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은퇴식을 앞두고 "요즘도 야구를 보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야구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야구에 대해 말하는 걸 극도로 조심스러워했다. KIA 후배 투수들에게조차 그랬다.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많지만, 그냥 본다. 알아서 잘 하겠죠"라고 했다.
윤석민은 은퇴 후 야구와 살짝 거리를 뒀다. 체계적으로 지도자 수업을 받지 않았다. 인상적인 건 자신만의 야구 관념을 기준으로 후배들에게 다가가는 걸 경계한다는 점이다. 초보 지도자가 종종 시행착오를 겪는 지점이다.
윤석민은 "밖에서 보니 야구가 잘 보이긴 하는데, 과연 '이게 내가 잘 보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선수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지만, 그 조언이 그 선수에게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그 선수들은 코치의 말 한 마디로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윤석민은 언젠가 지도자가 된다면 "교감을 할 수 있고, 선수의 마음에 맞는 조언을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다. 이런 태도는 긍정적이다. "나는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런 윤석민이 잠시 침묵하다 어렵게 후배 투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투수에게 1승의 가치는 타자의 홈런과 비교할 만큼 정말 소중하다"라고 했다. 데이터가 세분화된 현대야구에서 투수의 승리에 대한 가치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투수 본인에겐 투구내용이 조금 좋지 않아도 어쨌든 '승리'라는 수식어를 달면 좋은 흐름을 타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지도자가 적지 않다.
그런데 투수에게 승리는 투수만의 힘으로 이뤄질 수 없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야수들의 공수도움이 적절히 뒷받침돼야 한다. 선발투수라면 불펜투수의 도움도 받아야 하고, 불펜투수는 자신이 마운드를 지킬 때 야수들이 앞서가는 점수를 뽑아야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윤석민은 투수라면 "기술보다는 멘탈"이라는 생각이다. 멘탈을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 마인드 컨트롤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길이 나뉜다고 본다. "투수는 자기 힘으로 할 수 없는 게 되게 많다. 투수가 일단 공을 던지면 타자가 치든 못 치든, 야수들이 잡든 못 잡든,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자신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윤석민은 2007년에 18패를 경험했다. 평균자책점이 3.78로 나쁘지 않았다.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시즌이다. 커리어 전체를 보면 은근히 중간, 마무리로 뛰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2008년(14승)과 4관왕을 차지한 2011년(17승)을 제외하면 단 한 시즌도 10승을 넘기지 못했다.
윤석민은 "나는 운이 안 좋은 선수였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내가 못했을 때 동료나 팀이 잘 해준 건 기억을 오래 못한다. 나름대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고 했지만, 못했던 것 같다. 후배들은 그걸 잘 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심리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팀과 동료의 도움을 받아 좋은 결과를 내기도 했고,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그런 점에서 멘탈을 다잡지 못하고 무너지는 선수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드는 듯하다.
윤석민은 "본인은 포기를 안 했다고 하지만, 포기가 느껴지는 게 보이는 선수도 있다. 결과를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투구에 집중하고 결과는 받아들이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라고 했다. 10개 구단 현역 투수들, 특히 최근 1군에 자리잡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들이 곱씹어볼 만한 '금언'이다.
[윤석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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