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기회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의 차이다."
KIA는 5월까지 19승26패로 8위다. 시즌 전 고전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됐다. 4월 한 달간 장현식과 정해영의 특급 계투로 예상을 깨고 선전했다. 그러나 5월 들어 불펜이 흔들리더니 타선과 선발진의 민낯까지 드러났다.
타선, 선발, 불펜, 수비, 주루, 백업 등 전체적인 힘이 리그 상위권과 거리가 있다. 타선은 눈 질환으로 이탈한 최형우의 공백이 컸다. 최형우, 김선빈, 프레스턴 터커, 최원준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선발진은 다니엘 멩덴이 이탈하면서 에이스 애런 브룩스의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불펜은 장현식과 정해영이 시즌 내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몇몇 부상자가 갑자기 보탬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각 파트의 코어는 확실한데 뒷받침하는 자원들의 애버리지가 다소 떨어진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2년차를 맞이해 성적과 리빌딩 모두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승부처를 장악해서 이기는 경기보다 무너지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덕아웃 공기가 가라앉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서 윌리엄스 감독이 KIA 선수들에게 단순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희망을 얘기했다. 지난달 30일 광주 KT전을 앞두고 "기회가 왔을 때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를테면 타자는 찬스에서 어떻게든 유의미한 타격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넓게 보면 선수 개개인이 출전 기회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 윌리엄스 감독은 "어제 같은 경우(29일 광주 KT전 역전패)후반까지 리드를 지키지 못해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잘 싸웠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문제점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 파이팅,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만족스러웠다"라고 했다.
개개인은 늘 좋은 타격, 상황에 맞는 타격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한다. 개별 경기마다 찾아오는 기회를 살려 최대한 성공하는 경험을 쌓고, 그러면서 자신과 팀 모두 강해지길 기대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팀이 잘 안 풀릴 때를 보면, 기회는 만드는데 득점이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서 볼넷을 얻고 적시타가 나온 장면들도 있었다"라고 했다.
성공하는 경험을 많이 쌓을수록 개개인과 팀 모두 탄력을 받는다. 윌리엄스 감독은 "타선이 좀 안 풀리면 당연히 팀이 전체적으로 밋밋한 느낌이 든다. 반면 압박감 있는, 중요한 상황서 한 방이 터지면 선수들끼리 축하한다든지 기분 좋아할 일이 생긴다. 적시타가 나오고 득점이 나오면 (덕아웃 분위기가)활기차게 되고 축하할 일도 생긴다. 기회가 있을 때 적시타가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생생해진 느낌도 있었다"라고 했다.
사실 야구는 공격이든 투구, 수비든 일종의 '바빕 신'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다. 세밀한 데이터에 의해 디테일한 시프트를 해도 확률이 1회부터 9회까지 모든 승부처를 장악하지 않기 때문이다. 확률의 배반에 이어 바빕 신의 버림을 받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예를 들어 정해영이 추신수(5월19일 광주 SSG전)에게 만루홈런을 맞았을 때, 약간의 차이로 파울이 될지도 몰랐다. 안 좋은 결과였다. 기회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는 이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라고 했다.
개막 2개월이 흘렀다. 지난 2개월간 기회를 살린 경기보다 기회를 살리지 못해 진 경기가 많았다. 그래서 남은 기회를 잘 살려야 하지만, 야구를 대하는 자세는 같다. 윌리엄스 감독은 "우리는 어떤 팀을 만나도 싸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을 보여주고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면 이길 수 있다.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할 것이다"라고 했다.
단, 선수들이 공수에서 기회를 살릴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건 감독의 역할이다. 이 부분이 올 시즌 KIA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다. 일단 멩덴의 빈 자리는 이민우가 메운다. 그는 "2군에서 최용준과 차명진을 준비시키려고 한다. 멩덴의 회복에 따라 로테이션 구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최형우와 이의리의 1군 컴백으로 타선과 선발진이 좀 더 숨통을 튼 건 긍정적이다.
[맷 윌리엄스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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