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오랜만이라 어색하네요"
기나긴 재활을 마치고 돌아와 벌써 2승을 따낸 LG 베테랑 좌완투수 차우찬(34)은 18일 잠실 KIA전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섰다.
차우찬은 최고 구속이 140km에 불과했음에도 KIA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팔을 풀 때부터 구속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날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1~2회만 잘 넘어가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다행이다"라는 차우찬은 "이제는 제구력과 경기운영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 작년에 다칠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재활은 길었지만 복귀 후 '대반전'이 일어났다. 바로 도쿄올림픽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뽑힌 것이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차우찬이 복귀할 때부터 예의주시했다. 가뜩이나 좌완투수가 부족한 마당에 차우찬의 복귀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차우찬도 김경문 감독의 언급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차우찬은 "복귀 첫 경기를 마친 뒤 김경문 감독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서 두 번째 경기에서 잘 하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후 감독님 인터뷰 기사를 보고 '가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가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차우찬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대표팀은 언제나 간절한 마음이 있다. 다른 국제대회는 다 출전했지만 올림픽만 나가지 못했다. 사실 작년에도 잘 해서 대표팀에 뽑히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게 차우찬의 말이다.
사실 복귀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차우찬은 어떻게든 4월 안으로는 복귀하려는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4월이 다가왔음에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통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4월까지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공을 던져도 캐치볼 정도만 가능했다. 사실 약간 포기하고 있었다"는 차우찬은 "2군에 있을 때 '못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포기는 없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밤마다 공 150~200개씩 던졌다. 통증을 이겨내려고 했다. 어느 순간 통증이 없어지더라"
이제 부상에서 완쾌하고 돌아온 차우찬은 속전속결로 대표팀에 뽑히면서 목표의식이 더 강해졌다. 마침 그가 투수진 최고참으로 합류하게 된 터라 더욱 주목을 받는다. "2019년 프리미어12에서도 투수 최고참이었는데 그래도 그때는 또래인 (양)현종이와 (김)광현이가 있었지만 이번엔 20대 초중반 선수들로 구성된 것 같다"는 그는 "내가 후배들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나에게 말 조차 걸지 않을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대표팀 경험 역시 베테랑인 그가 후배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차우찬은 "당일 컨디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들 능력도 있고 힘도 좋다. 당일 컨디션만 좋으면 얼마든지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차우찬이 올림픽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알 수 없다. 만약 불펜 요원으로 나선다면 연투 부담도 따를 수 있다. "나는 언제나 불펜투수로 대표팀을 갔다"는 차우찬은 "아직 연투를 안 해봐서 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1~2경기 정도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마음 먹은대로 재활이 진행되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했던 112승 베테랑 좌완투수는 이제 대표팀 투수진의 리더로 후배들을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다.
[LG 선발 차우찬이 18일 오후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기아-LG의 경기 6회초를 마친 뒤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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