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야글러브를 다시 맞춰야겠네요."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엔트리에 전문 유격수는 단 두 명이다. 주전은 오지환(LG)이 유력하다. 김경문 감독이 공개적으로 오지환의 수비력이 최고라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유격수 김혜성(키움)의 롤은 뭘까.
국제대회서 꼭 필요한,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대수비와 대주자다. 올림픽 엔트리는 24명. KBO리그 구단들의 1군 엔트리(28명)보다 4명이나 적다. 백업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쓰임새가 높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종엔트리가 발표되기 전부터 김혜성의 깜짝 발탁 가능성이 거론됐다. 김혜성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다. 2020시즌에는 좌익수까지 봤다. 그냥 하는 수준이 아니라 내야에선 수준급 수비력을 갖췄다. 또한, 올 시즌 24도루로 리그 1위를 달린다. 도루 실패는 단 두 차례. 발도 빠르고, 상대 배터리와 수비의 움직임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단, 경쟁자들에 비해 타격성적이 그렇게 눈에 띄지 않고, 올 시즌 실책이 15개라는 게 마이너스 요소였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김혜성의 장점을 높게 평가했다. 박빙 승부서 1점 짜내기를 위해 대주자로 투입되고, 경기 도중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도 있다. 대표팀 외야수는 단 4명, 김혜성이 올림픽에서 내야를 넘어 외야 대수비를 볼 가능성도 충분하다.
키움 홍원기 감독도 김혜성의 대표팀 발탁에 반색했다. "계속 성장하는 선수이고, 쓰임새가 있다고 본다. 김경문 감독님이 여러 복안을 갖고 있을 것이다. 대주자와 대수비로 쓰지 않을까. 큰 무대에서 한 단계 성장하면 팀도 영광스러운 일이다"라고 했다.
키움은 김혜성의 잠재력을 믿고 2년차이던 2018년부터 꾸준히 기회를 줬다. 만 22세의 5년차 내야수인데 이미 1군에서 480경기에 뛰었다. 포스트시즌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해 외야수를 병행한 것도 결과적으로 대표팀 발탁에 도움이 됐다.
수비코치를 오래 역임한 홍 감독은 "수비에서 쓰임새가 많은 건 긍정적이다. 선수 본인이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사실 내야든 외야든 쉬운 포지션은 없다. 우리 팀은 필요한 포지션에서 알아서 연습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만큼 김혜성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 유격수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하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이 떠나면서 풀타임 주전 유격수 첫 시즌. 도쿄올림픽이 김혜성의 야구인생에 큰 사건이 될 게 분명하다.
김혜성은 16일 고척 LG전을 앞두고 "올해는 외야 수비 연습을 하지 않았다. 외야 글러브를 새로 맞춰야 할 것 같다"라면서 "유격수 수비부터 연습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때는 포수도 했고, 중학교 때는 외야수도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내야수만 했다. 포수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김혜성은 "베이징올림픽 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이용규(키움) 선배님이 홈에 슬라이딩을 하는 장면, 김현수(LG) 선배님이 결정적 중전안타를 날린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런 올림픽을 청소년대표팀 시절 함께했던 (이)정후(키움), (강)백호(KT) 등과 같이 가서 너무 좋다. 행복하다. 올림픽에서도 팀 승리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 내가 도루를 하면 득점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혜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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