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현진, 김광현처럼 6~7이닝을 던질 선발투수가 없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엔트리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전문 셋업맨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투수 10명 중 8명이 올 시즌 KBO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뛰고 있다. 나머지 2명은 고우석(LG)과 조상우(키움)다. 구원투수지만, 셋업맨이 아닌 마무리투수다.
국제대회서 경기중반 흐름을 장악할 셋업맨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당연히 김경문 감독과 기술위원회가 전문 셋업맨을 한 명도 선발하지 않은 건 이유가 있다. 알고 보면 한국야구의 어두운 현실이 투영돼있다.
김시진 기술위원장은 최종엔트리가 발표된 16일 경기감독관 자격으로 고척 키움-LG전을 찾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지금 국제대회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처럼 6~7이닝을 던질 선발투수가 없다. 김경문 감독이 결정하시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1+1을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에 속했다. 도쿄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들은 지난 10여년간 대표팀 원투펀치를 맡았다. 최근 몇 년간 가능성 있는 젊은 선발투수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국제대회서 많은 이닝을 맡길 정도의 특급에이스는 없다. 2~3년 이상 꾸준하게 특급활약을 펼치는 젊은 선발투수가 아직 없다.
선발투수 개개인이 일본, 미국 등을 상대로 안정적으로 6~7이닝을 던진다는 보장이 없다면 아예 1+1, 탠덤으로 올림픽을 치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선발투수가 많이 필요하니 상대적으로 전문 셋업맨이 들어갈 틈이 좁아졌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확실한 마무리 투수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실제 선발투수 8명 중 한현희(키움) 등 몇몇 자원은 불펜 경험이 풍부하다. 한현희나 최원준(두산), 고영표(KT) 등 사이드암을 많이 넣은 건 역시 "중, 남미 타자들이 아무래도 어려워할 수 있다"라는 게 김 위원장 설명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토종 좌완 에이스의 씨가 마른 것을 우려했다. 차우찬(LG)이 단 1~2경기서 인상적인 투구를 하며 대표팀에 들어간 게 현실이다. "차우찬이 나온다고 하길래 계속 따라다니며 지켜봤다. 그 정도로 좌투수가 없다"라고 했다. 김경문 감독도 구창모(NC)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김 위원장도 감독 포함 지도자 경력이 풍부하다. 각 팀이 눈 앞의 성적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젊은 선발투수를 꾸준히 기용하는 게 어려운 현실을 이해했다. 그래도 성장을 위해선 가능성 있는 자원을 꾸준히 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봤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이의리(KIA)를 꾸준히 썼으니 눈에 띄였던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진욱(롯데) 등 몇몇 젊은 투수, 심지어 최근 끝난 황금사자기 고고야구서 좋은 투수 유망주가 많았다며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어차피 도쿄올림픽이 끝이 아니다.
한편,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된 24명의 선수가 KBO리그를 치르다 부상할 경우에 대비. 플랜B도 구축했다. 김 위원장은 "그것도 미리 김 감독과 얘기를 해놨다. 예를 들어 사이드암 중에서 누가 다치면, 왼손투수 중에서 누가 다치면 사전등록명단에서 먼저 선발할 선수에 대해 정해놓은 게 있다"라고 했다.
또 하나, 선수들의 군 복무 여부는 최종엔트리 선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병역 미필자는 올림픽에서 동메달만 따도 병역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오직 최고의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하려고 했다. 대표팀을 구성해놓고 보니 병역 미필자가 별로 없더라"고 했다. 최종엔트리 24인 중 병역 미필자는 단 6명이다.
[김경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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