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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승패는 신경 쓰지마."
키움 불펜은 스프링캠프부터 삐걱거렸다. 이영준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시즌아웃 되더니 조상우도 수비훈련 도중 전거비 인대가 파열됐다. 2020시즌 경기후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책임진 세 명의 투수 중 두 명이 이탈했다.
나머지 한 명의 투수는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보직은 불펜이 아닌 선발. 안우진이다. 홍원기 감독은 이영준과 조상우의 이탈에도 안우진을 불펜투수로 쓰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시즌 초반 불펜이 집단 부진에 빠졌을 때도 안우진의 보직 변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손혁 전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내년에도 안우진은 불펜으로 생각한다"라고 한 적이 있었다. 사실 안우진은 선발투수로 쓰기에 불안하다는 지적, 특히 상체에 무리가 많이 가는 폼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실제 입단 후 매년 잔부상으로 길고 짧은 공백기가 있었다. 첫 풀타임 선발에 도전한 2019년에도 잔부상 이후 불펜으로 돌아섰다.
결국 안우진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손 전 감독의 권유에 따라 공을 잡는 위치를 조정, 팔 스윙 궤도를 줄였다. 패스트볼 150km을 거뜬히 넘기는데다 변화구 완성도는 여전히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어쨌든 안우진은 지난 시즌 불펜에서 장점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올해 부임한 홍원기 감독은 큰 그림을 그렸다. 안우진이 장기적으로 키움을 대표하는 주축 선발투수로 크는 게 옳다고 본다. 당장 불안해도 세부적인 약점을 실전을 통해 보완하면 된다는 뜻. 그 과정의 부작용은 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13경기서 2승7패 평균자책점 3.86. 예상대로 장, 단점이 확연하다. 제구력 기복, 변화구 완성도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은 여전하다. 단, 유독 올 시즌 안우진이 등판할 때 득점지원을 받지 못했다. 키움도 꼬이는 경기를 많이 했다. 홍 감독은 이런 부분까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봤다.
홍 감독은 25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 "윤석민(전 KIA)이 2년 차인가 3년 차에 선발로 굉장히 많은 패(2007년 18패)를 안았다. 그때 그 경험이 그 선수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안우진도 우리 팀 기둥투수로 성장하려면 올 시즌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올 시즌 승패를 떠나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라고 했다. 실제 윤석민은 2007년의 쓴 맛 이후 2011년 투수 4관왕을 차지했다.
홍 감독은 "결과론인데 안우진이 중간에 있다면 우리가 역전패한 경기가 줄어들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팀의 미래를 봐선 중간보다 선발로 성장해야 한다. 우진이에게 승패는 신경 쓰지 마라고 했다"라고 했다.
최근 두 경기 흐름은 좋았다. 18일 창원 NC전서 6이닝 2피안타 6탈삼진 1볼넷 1실점했다. 24일 잠실 두산전서 7이닝 5피안타 8탈삼진 1볼넷 1실점했다. 두 경기 모두 승리 사냥에 실패했지만, 올 시즌 가장 강렬한 경기였다. 특히 두산전서는 올 시즌 최다 7이닝을 소화하면서도 막판까지 150km 중반의 스피드가 나왔다.
홍 감독은 "기복은 있지만, 계속 좋아지는 모습이다. 아직 어린 선수다. 이상하게 안우진이 던질 때 상대도 강한 투수가 나오고 점수를 못 내는 경기가 반복됐다. 그런 걸 신경 쓰면 안 된다. 올 시즌은 도약의 해다. 작년에는 멘탈이 흔들리기도 했는데 올 시즌에는 큰 사이클 없이 좋은 흐름으로 가고 있다. 그런 부분은 긍정적이다"라고 했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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