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타자가 추신수 선배님이었을 뿐, 내 직구 하나만 믿고 던졌다."
롯데 좌완 김진욱은 떡잎부터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입단한 신인이다.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하다 제구와 경기운영의 약점을 드러냈고, 재정비 후 불펜투수로 나선다. 그런데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비중이 높은 순간에 벤치의 선택을 받는다.
4일 인천 SSG전서는 4-4 동점이던 8회말 무사 1,2루에 최현 감독대행으로부터 등판 지시를 받았다. 선두타자 최지훈에게 3루 방면 번트를 내줬으나 3루수 한동희의 전진 대시, 3루에 일찌감치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딕슨 마차도의 움직임도 좋았다. 야수들의 도움으로 1사 1,2루가 됐다.
이후 최주환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가 됐다. 그러나 롯데 벤치는 꿈쩍하지 않았다. 김진욱에 대한 믿음이 있는 듯했다. 타석에는 추신수. KBO리그에서 가장 커리어가 화려한 선수와 신인의 만남.
그러나 김진욱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1~2구를 146km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결국 2B2S서 다시 146km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후속 최정마저 3구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타자들이 9회에 2점을 내면서 김진욱은 구원승을 챙겼다.
김진욱은 "추신수 선배님이라고 특별히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맞게 했다. 타자가 추신수 선배님이었을 뿐 내 직구 하나만 믿고 던졌다. 그 전에 직구 타이밍이 늦는 것 같았다. 풀카운트까지 가면 만루다 보니 위험할 것 같았다. 2-2서 빨리 끝내려고 하다 보니 직구를 선택했다"라고 했다.
직전 최주환 타석에서 볼넷을 내준 뒤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추신수와 최정을 제압했다. 김진욱은 "최주환 선배님을 상대로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통과했다고 생각했는데 볼넷이 됐다. 1사 만루서 추신수 선배님과 최정 선배님에게 좋은 결과가 나와서 상당히 좋다"라고 했다.
이대호의 조언도 떠올렸다. 김진욱은 "이대호 선배님이 맞아도 직구를 던지다 맞아야 한다며 변화구를 던지다 맞으면 후회할 수 있다는 말을 요즘 계속 해줬다. 그 생각을 하면서 던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추신수 선배님에게 삼진을 잡았는데 평생 친구들한테 떠들어댈 수 있는 얘깃거리가 될 것이다. 정말 기분 좋다"라고 했다.
셋업맨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김진욱은 "선발은 투구수를 생각하며 던져야 했는데 불펜은 매 타자 상대 전력 투구를 한다. 투구수를 신경 쓰지 않고 전력으로 던질 수 있어서 좋다. 선발로 던졌을 땐 볼넷이 많았고 좌타자 피안타율이 높아서 생각도 많아졌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구속도 오른 것 같다. 다른 팀에 좋은 동기들도 있어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김진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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