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27)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올스타에 선정됐다. 올스타 팬 투표에서 아메리칸리그 지명타자(DH)에 뽑힌 오타니는 5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투수 명단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1933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시작된 후 처음이다. 일본프로야구, KBO리그에서도 선례가 없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올스타 명단 발표 아메리칸리그 부문에 ‘투수/지명타자 오타네 쇼헤이(Pitcher/Designated Hitter Shohei Otani)’라고 나온다. 1876년 내셔널리그로 시작된 146년 메이저리그 역사의 장벽을 뚫고 만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야구에 슈퍼맨이 등장한 것이다. 투수 부문은 선수단 투표 감독 코칭스태프 추천 등으로 정해진다. 투수는 선발과 불펜으로 나뉘는데 오타니는 선발 투수진에 포함됐다. 오타니는 13일 열리는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출전하고 14일 올스타전에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좌우 양손에 각기 다른 무기를 들고 싸운다는 순수 일본어인 ‘이도류(二刀流)’에서 유래해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하는 야구 선수, 오타니 쇼혜이가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 한국은 물론 일본, 메이저리그의 모든 전문가들이 회의적이었다. 투수와 타자로서의 능력을 떠나 미국 전역을 누비며 최대 3시간 시차까지 극복하고 162게임을 소화해야 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체력적으로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선발 로테이션이 팀에 따라 5인, 6인, 7인 로테이션까지 해서 이도류가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메이저리그는 5인 로테이션이 기본이다. 오타니가 선발을 하면 하루 정도 쉬고 타자로 나서야 하고, 또 자기 로테이션이 오면 선발 투수로 등판해 수준급 투구를 펼쳐야 명실상부한 ‘이도류’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에서 2017시즌을 마치고 소속팀 니혼햄에서 FA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허락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을 때 포스팅시스템을 거쳤다.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등 많은 구단들이 오타니 확보에 나섰으나 오타니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LA 에인절스를 선택했다. 명문구단을 포기한 것은 의외였다. 그가 밝힌 이유는 단 하나, LA 에인절스 구단이 그가 ‘이도류에 도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첫시즌 투수로서 4승, 타자로서 2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선정된 오타니는 시즌 직후인 10월 팔꿈치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다. 그 결과 2019시즌 타자로만 나섰고 코로나 19로 시즌이 단축되는 파행을 겪었던 지난 해 2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 자책점 37.80, 타자로 타율 1할9푼, 7홈런에 그쳤다. ‘이도류’가 끝나거나 스스로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올시즌 눈부시게 이도류를 꽃피웠다. 오타니 쇼헤이라는 슈퍼스타가 탄생한 것은 무엇보다도 선수 본인의 집념과 불굴의 도전 정신이 있어 가능했다. 놓쳐서는 안되는 더 중요한 과정이 있다. 누구나 불가능하다는 도전을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도 막지 않고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한국야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을 때 한국의 전문가들은 ‘그 정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마이너리그에도 많다’고 했다. 공주고를 졸업한 박찬호는 자신을 지명한 한화 이글스와 계약하지 않고 한양대에 진학해 중퇴한 뒤 꿈을 꾸던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해외파 우선 지명을 해놓은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 랜더스에 깜짝 입단해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이도류’의 선구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부산고 시절,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 등에서 시속 153~154km를 오가는 빠른 공을 던졌고 무조건 잡아 놓고 본다는 왼손 투수였다.
추신수의 운명은 시애틀 매리너스 아시아담당 스타우트였던 짐 콜번이 바꿔놓았다. 투수가 아닌 타자로 추신수를 스카우트해 타자로 변신 시켰다. 훗날 그 이유를 들었는데 짐 콜번이 부산고 야구장을 찾았을 때 타격 훈련 중인 추신수가 외야로 엄청난 타구를 날려 학교 건물 유리창을 강타했다고 한다. 짐 콜번은 그 정도 파괴력을 처음 봤다는 것이다.
현재 KT 위즈의 강타자 강백호도 시속 150km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지도자들은 하나만 전념하도록 시켰다. SSG 랜더스 추신수가 선발 투수는 아니더라도 은퇴하기 전, 언젠가 마운드에 올라 ‘이도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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