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위태위태해보이던 한화 수베로 감독의 수비 시프트 야구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전 9회말 결정적인 약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최하위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병 선수에게 쓸 수 있는 최대 몸값인 100만달러를 주고 영입한 힐리를 바로 전 날 교체하는 강수를 둔 한화는 이날은 마치 포스트시즌 승부와 같은 투수 교체를 진행하며 선두권의 LG와 맞붙었다. 5회까지 한화가 6-2로 여유 있게 앞서 나갔으나 1위 KT를 추격하고 있는 LG는 6회말 3점, 7회 1점을 추가해 6-6 동점을 만들고 9회말 마지막 공격에 들어갔다.
한화 수베로 감독은 마무리 정우람을 투입해 배수진을 쳤다. 한화 수베로 감독이 추구하는 수비 시프트는 9회말에도 가동됐다. 왼손 투수 정우람에 우타자 이재원 타석 때는 수비진이 내외야 모두 좌측으로 움직여 그라운드 왼쪽 타구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재원은 정우람의 체인지업을 쳤으나 홈런 성 타구 소리를 냈으나 덜 날아가 시프트에 걸린 듯 좌익수 플라이가 됐다. 다음 타자 우타자 이상호는 짧고 약간 우측인 중견수 플라이로 한화 중견수 이동훈의 빠른 순발력이 돋보이는 호수비가 나왔다.
9회말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LG 9번 좌타자 이천웅은 정우람과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으로 진루했다. 한화가 이 경기에서 허용한 14번째 사사구였다.
LG의 공격이 9회말 2사1루에서 상위 타선, 가장 경계해야 할 1번 좌타자 홍창기에게 연결됐다. 한화 수베로 감독은 볼넷이 아쉬운 듯 덕아웃에서 등을 돌리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혀 눈길을 끌었다.
좌타자 홍창기에 대비해 수비 시프트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정우람의 초구는 바깥쪽 볼, 그리고 2구가 가운데서 살짝 아웃코스로 흐르는 듯 했는데 홍창기가 받아 쳐 중견수를 훌쩍 넘겨 잠실 구장을 양분하는 듯 가장 깊은 125m가 표시된 가운데 담장까지 날아갔다.
한화 중견수 이동훈이 뒤로 돌아 전력 질주했으나 잡을 수 없었고 끝내기 2루타로 이천웅이 홈을 밟아 LG가 7-6으로 승리했다.
한화 수베로 감독이 구사한 수비 시프트는 이 순간만큼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당겨 칠 가능성이 높은 좌타자 홍창기에 대비해 오른쪽으로 내외야 수비수를 이동시켰으나 홍창기는 밀어치는 타격을 해 구장의 가운데를 갈랐다. 타구 방향 목표가 수비 시프트를 의식한 타격이다.
홍창기가 수비 시프트를 뚫는 방법은 하나 더 있었다. 타구를 어퍼컷(uppercut)으로 올려 쳐 플라이볼(flyball)을 만들었다. 공을 띄워 수비수 키를 넘어가게 한 것이다.
2017년 메이저리그에 등장한 타격 이론이 ‘플라이볼 혁명(flyball revolution)'이다. 연속 안타를 기대하는 것 보다 큰 것 한방으로 점수를 내겠다는 타격 이론인데 수비 시프트를 무력화 시키는 전략이기도 하다.
수비시프트는 기본적으로 타자의 타격 방향을 분석해 수비수를 배치하는 것이다. 그 전제는 타자의 타격이 특히 내야의 경우 땅볼이나 직선 타구일 경우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대비해 메이저리그에서는 타구의 발사각도롤 꾸준히 높이고 있다. ‘선동열의 야구학’에 의하면 메이저리그 밀워키 구단은 수비 훈련 때 내야에 펜스를 만들어 놓고 그 펜스를 넘기는 타격 훈련을 한다. 내야수의 키를 넘기면 수비시프트는 무력화 된다. 현재는 12~13도 사이를 오가는 추세이다.
LG 홍창기 타석 때 한화 수비진의 오른 쪽 이동보다 아쉽게 보였던 것이 외야수비진의 위치였다. 9회말 2사1루라면 끝내기 장타에 대비해 수비 위치를 외야 깊숙이 펜스쪽으로 더 움직여 하는 것이 맞다. 단타 때는 1루 주자가 홈인 못한다. 그러나 2루타가 나오면 달라진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는 1, 3루 코너 내야수는 2루타가 될 수 있는 선상 타구에 대비해 베이스 쪽을 지키고 외야수는 깊숙하게 펜스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화 중견수 이동훈의 위치는 정상 수비로 보였는데 수베로 감독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궁금하다.
한화 수베로 감독의 시프트는 KT 강백호의 3루 쪽으로 밀어대는 기습 번트, 그리고 2루 주자의 3루 도루 등에서 약점을 노출했는데 이번 홍창기의 타구를 어퍼컷으로 밀어버린, 수비수 키를 넘긴 플라이볼 2루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수비시프트는 성공했을 때 돋보인다. 그러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면 실패하거나 의미가 없는 경우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한화 수베로 감독이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LG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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