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옛날에는 그저 사인이 나오는 대로 던졌다."
키움 안우진은 2019년 이후 2년만에 다시 풀타임 선발투수에 도전한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해 핵심 셋업맨 두 사람(안우진, 이영준)이 동시에 사라지는 리스크를 안고서도 안우진의 선발투수 안착을 전폭 지원했다. 키움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안우진이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21시즌은 안우진이 선발투수로 성장하는 한 해다. 6월 초까지 불안했다. 두 가지의 슬라이더에 커브를 구사한다. 그러나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보다 여전히 위력이 떨어진다. 제구의 기복은 고질적인 약점이다. 때문에 선발투수로서 극심한 성장통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홍 감독은 인내했다. 그리고 안우진은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 제구 기복이 줄어들었다. 빠른 공 위력을 극대화하며 꾸준히 퀄리티스타트를 수립하는 투수가 됐다. 6일 고척 SSG전서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으로 시즌 3승(7패)을 챙겼다. 평균자책점을 3.24까지 낮췄다.
안우진은 "4월에는 중간투수처럼 공을 던졌고 5월에도 왔다 갔다 했다. 6월부터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를 잡으면서 편하게 던질 수 있게 됐다. 결과도 좋아졌다"라고 했다.
구체적인 비결이 궁금했다. 안우진은 "생각을 바꿨다. 공을 던질 때, 그 의미를 생각하고 던지고 있다. 옛날에는 그저 사인이 나오는대로 던졌다. 느낌 오는대로, 꽂히는대로 던졌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커브에 꽂혔으면 커브를 던졌다"라고 했다.
포수의 사인대로 던지던 수동적인 모습에서 탈피했다. 그리고 경기를 운용하고 조립해나가는 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이날 사인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포수 이지영에게 고개를 젓는 모습도 보였다. 결과를 떠나 안우진이 선발투수로서 성장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는 과정이다.
안우진은 "예전에는 느낌이 오지 않는 공을 던지면 결과가 안 좋았다. 이제는 다르다. 예를 들어 타자가 내 직구를 노리고 변화구를 생각하지 않으니까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되겠다 싶었다. 경기를 잘 운용하게 됐다"라고 했다.
추신수와의 대결서도 웃었다. 안우진은 "KBO에 있지만 메이저리그 수준이시다. 홈런을 맞았을 때도 몸쪽으로 잘 들어갔는데 맞았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홈런 맞은 것 때문에 더 집중해서 던졌다"라고 했다.
승수 쌓는 페이스가 더디다. 안우진은 이제 승리투수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안다. "10승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잘 던져도 질 때가 있고 못 던져도 이길 때가 있다. 평균자책점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건 구종 선택이다.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안우진. 사진 = 고척돔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