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헬멧도 던지고 방망이도 부러뜨리고 싶기도 했지만…"
키움이 지난 겨울 한화와의 인연을 정리한 이용규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키움으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저런 이유로 1~2년 전보다 전력이 떨어진 팀에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는 베테랑이다. 테이블세터로서, 5번 타순에서, 강하지 않은 외야에서 공수의 보탬을 넘어 그라운드 밖에서도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런 이용규의 철저한 팀 퍼스트 마인드는 사소한 다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7일 고척 SSG전 직후 "아무리 야구가 안 돼도 덕아웃에서 짜증이나 화를 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내 마음 속의 목표다.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다"라고 했다.
야구가 풀리지 않는 선수가 항상 자신에 대한 분노를 참는 게 미덕은 아니다. 마음의 병, 심리적 타격이 더 위험하다. 때로는 선을 넘지 않는, 적당한 범위에서 감정을 표출하는 게 강인한 승부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례로 팬들이 볼 수 없는 덕아웃 뒤의 공간에 샌드백을 배치해놓은 팀들도 있다.
단, 이용규는 팀에서 자신의 위치를 생각했다. "나도 어릴 때는 승부욕이 강해서 방망이도 부러뜨리고 헬멧도 던지고 그랬다. 지금도 어린 선수들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고참이 그런 표현을 하면 덕아웃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 속으로 삭힌다"라고 했다.
기본적인 선, 후배간의 질서를 확실히 지키는 한국 프로스포츠에선 같은 행동이라도 선배가 하느냐 후배가 하느냐에 따라 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이용규 같은 고참이 불편한 감정을 쉽게 표출하면, 자칫 덕아웃 분위기 자체가 무거워질 수 있다. 이용규는 후배들이 고참들의 눈치를 보다 정작 그라운드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하지 않았다.
이용규는 시즌 초반 썩 좋지 않았다. 4월 타율 0.273 7타점 10득점, 5월 타율 0.266 7타점 18득점이었다. 그는 "시즌 초반에 워낙 안 좋았다. 솔직히 헬멧을 던지고 방망이를 부러뜨리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참았다. 안 될 때일수록 잘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박수도 쳐주고 그랬다. 고참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했다.
자신의 야구가 안 풀려도 팀을 생각하고, 후배들을 진심으로 격려하는 선배다. 김혜성이 국내 최고 유격수가 될만한 자질이 있다며, 도쿄올림픽에 꼭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됐다. 김혜성은 인터뷰를 통해 몇 차례 이용규에게서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정후도 이용규의 묵묵한 개인훈련, 솔선수범을 바라보며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감정을 참는 것도 좋고, 묵묵히 팀을 위하는 마인드도 좋다. 그러나 결국 선수는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이용규도 예외일 수 없다. 최근 타격감이 더 올라왔고, 특유의 '용규놀이'로 상대의 진을 빼놓기도 한다. 실질적 팀 공헌이 더 높아졌다. 6월 타율 0.308 9타점 14득점, 7월 타율 0.308 2타점 5득점. 특히 SSG와의 6~8일 홈 3연전서 13타수 6안타로 맹활약했다.
이용규는 "강병식 타격코치님과 타이밍이 좋았을 때, 안 좋았을 때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용규놀이의 경우) 일부러 하는 건 아닌데 좋은 타구를 보내고 싶어서 그런다. 놓치는 공도 많고 아쉽기도 하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첫 번째는 출루, 두 번째는 삼진을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나름대로 집중하는 부분들이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용규는 키움의 밝은 미래를 확신했다. 투타밸런스가 좋지 않아도 나름대로 버틴 끝에 하위권을 탈출했다. 8일 SSG에 지면서 하루만에 5위서 6위로 내려왔다. 그러나 NC, 두산과의 중위권 다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작년보다 불펜이 살짝 불안하지만 선발진이 눈에 띄게 안정됐다. 타선의 생산력도 다소 올라왔다.
이용규는 "5할 승률에서 -4~5개(승패 마진)로 떨어지면 5할로 복귀하는데 2~3주가 걸린다. 어려울 때는 5할로 버티고 좋을 때 치고 나가면 된다. 올림픽 휴식기 전까지 +6~7 정도로 만들고 싶다. 후반기에는 외국인타자도 올 것이고 치고 올라갈 분위기가 생길 것이다"라고 했다.
[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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