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독이 열 받아서 오래 던지게 했다고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9일 인천 한화전이었다. SSG 좌완 셋업맨 김태훈은 최근 페이스가 썩 좋지 않았다. 가장 타이트한 순간의 임무는 장지훈과 김택형에게 넘기고 최근 다소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서 등판해왔다. 그럼에도 그날은 고개를 갸웃거릴 만했다.
0-4로 뒤진 7회초였다. 김태훈은 또 다시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최재훈에게 좌중월 솔로포를 맞더니 하주석에게 중전안타를 내줬다. 노시환 타석에선 폭투까지 범했다. 김민하에게 사구, 이도윤에게 볼넷을 잇따라 내주면서 만루에 몰렸다. 설상가상으로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기도 했다.
백용환과 장지승을 겨우 범타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7회에만 정확히 30개의 공을 던졌다. 8일 고척 키움전에 이어 이틀 연속 등판이었다. 8회 시작과 함께 교체가 유력해 보였다. 그게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아니었다. 김태훈은 0-6으로 뒤진 8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13개의 공을 던지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심지어 9회초에도 등판했다. 선두타자 김민하를 삼진 처리했으나 이도윤과 최인호에게 연속안타를 맞았다. 투구수는 57개. 그러자 조웅천 투수코치가 올라와 신재웅을 올렸다.
김원형 감독은 "감독이 열 받아서 오래 던지게 했다고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른바 '벌투'로 오해할 수 있겠다는 의미. 현대야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감독은 "고척에서 태훈이와 직접 얘기해서 결정한 것이었다"라고 했다.
김태훈은 4월에만 11경기서 14⅓이닝 동안 1승1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1.26으로 맹활약했다. 김상수와 함께 불펜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5월에 평균자책점 5.40으로 급격히 흔들렸다. 6월 평균자책점 3.24로 회복하는 듯했으나 7월 세 경기서 평균자책점 13.50. 올 시즌 성적은 37경기서 36이닝을 소화, 2승2패1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4.00. 블론세이브는 4개.
김 감독은 김태훈의 하락세가 2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우선 트레이닝 파트에 김태훈의 몸 상태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부상 유무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부상을 숨기고 뛰는 시대가 아니다. 노파심에 내린 지시였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몸은 이상 무.
김 감독은 "경기에 지속적으로 나가서 힘들 수도 있는데, 구위가 5월 초까지 좋았고 크게 무리하지 않았다. 2달 가까이 구위가 안 올라오니"라고 했다. 이후 직접 김태훈과 대화했다. 그 과정에서 김태훈이 투수코치와 "밸런스가 좋지 않다"라는 얘기를 주고 받은 걸 확인했다.
그러자 김 감독이 김태훈에게 제안했다. 지난주 고척 원정이었다. "한 경기에 한 50구 정도 던져보는 게 어떠냐." 김태훈도 수긍했고, 김 감독은 타이밍을 봤다. 일찌감치 끌려갔고, 점수 차가 벌어진 9일 한화전이 'D-데이'였다. 어차피 타이트한 순간에는 김태훈을 쓰기 힘들었다.
김 감독은 "김택형도 시즌 초반에 추격조를 할 때 4~50구씩 던졌다. 그러면서 컨디션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라고 했다. 건강하다면, 실전을 통해 밸런스를 찾는 게 방법일 수 있다. 단, 9회 연속안타를 맞자 힘이 너무 떨어졌다고 판단, 신재웅으로 교체했다.
궁금증이 생겼다. 만약 고척에서 가진 대화서 김태훈이 김 감독의 50구 제안을 거절했다면 어땠을까. 김 감독은 "다시 얘기해봤을 것이다. 시즌 중에 따로 연습을 하려면 엔트리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6월 선발진 붕괴 이후 불펜 과부하가 있었고, 김태훈에게 2군에서 재정비할 시간을 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다시 얘기했는데도 안 됐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어쨌든 그날 내려온 뒤 '고생했다'라고 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김태훈은 그날 57구에 만족했을까. 김태훈은 10~11일 경기 등판조에선 제외되며 휴식했다. 그리고 시즌이 중단되며 긴 정비시간을 갖는다. 김 감독은 "기분이 별로 안 좋았을 것이다. 스스로 만족해야 하는데 자기 투구에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 결과(2⅓이닝 4피안타 1탈삼진 3사사구 4실점)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날 57구는 김태훈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결국 김태훈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김 감독과 조 코치는 조력자일 뿐이다. 김 감독은 "본인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내 입장에선 나쁜 시도는 아니었다"라고 했다.
[김태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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