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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 17일은 1948년 7월17일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제73회 제헌절이었다. 이 헌법을 바탕으로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이를 경축해 광복절이 제정됐다.
국경일인 제헌절에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는 눈길을 끄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휴일인 토요일이었다. 제목은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의 현수막 문구 관련 대한체육회의 입장’이다.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면 다음과 같다.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는 지난 14일(수)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에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의 메시지를 인용한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은 바 있습니다.
이 응원문구가 국내외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16일(금) 국가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가 대한민국 선수단 사무실을 방문하여 현수막의 철거를 요청하였으며, 이어 서신을 통해서도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가하는 장군을 연상할 수 있음에 따라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으로 철거해야 함”을 전달하였습니다.
체육회는 즉시 IOC에 응원 현수막 문구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적극 설명하는 동시에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대하여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IOC는 모든 올림픽 베뉴 내 욱일기 사용에 대해서도 올림픽 헌장 50조 2항을 적용하여 판단하기로 약속하고 한국 선수단 숙소의 응원 현수막을 철거하는 데 상호 합의하였습니다.
이번 협의에 따라 체육회는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논쟁을 제기하지 않고, IOC는 모든 올림픽 베뉴에서 욱일기 전시 등을 금지하여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체육회는 앞으로도 우리 선수단이 올림픽에 참가함에 있어 어떠한 불이익이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자 합니다. 끝.‘
이 보도자료를 보고 두가지 의문을 가지게 됐다. 첫 번째가 IOC 관계자가 대한민국선수단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했는데 ‘IOC 관계자’인지 주최국인 ‘일본 측 대리인인가‘이다.
이 문구는 일본이 조선을 침공해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간의 전쟁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고 임금에게 올린 상소문을 인용해 ‘도쿄올림픽에 임하는 우리 대한민국 선수단의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다른 참가국들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일부 일본 언론들에서 정치적 메시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측의 항의를 받은 IOC의 요청에 대한체육회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실수를 범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개최되는 대회인 만큼 특별한 메시지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답변을 보면 한일 관계에 대한 의미를 담아 정치적인 것이라고 비난을 받을 만 하다. 만약 다음 파리 올림픽 때 선수촌에 같은 현수막을 걸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위의 문구는 순수하게 우리 국가대표선수들이 올림픽 모든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표현한 것 아닌가? 도쿄올림픽은 세계 각국이 참가하는 세계 대회이지 한일전이 아니고 장소만 일본이다. 대한체육회는 IOC에 ‘순수한 스포츠의 도전 정신을 담은 표현’이라고 항변했어야 마땅하다.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에 대한민국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며 ‘순수한 지정학적 표현’이라고 주장했고 IOC는 이를 묵인해줬다.
두 번째 의문은 우리 땅 독도를 일본 자국 영토라고 표기한 것과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그리고 유력 대선주자들까지 나서 IOC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IOC로부터 ‘무시’ 당했다.
그런 IOC가 내린 우리 이순신 장군 현수막 철거 지시는 대한체육회가 순순히 받아들였다.
세 번째 의문은 대한체육회는 이에 대한 대가로 IOC가 올림픽 경기장에서 욱일기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문구를 보면 ‘올림픽 헌장 50조 2항을 적용하여 판단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현수막 철거의 경우와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약속한 것이 아니라 ‘판단하기로’ 였다.
아직은 욱일기 사용 금지 지시를 한 것도 아니고 금지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리지도 않은 것이다. 그냥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며 대한민국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 현수막부터 철거시켰다.
대한체육회는 아직도 IOC를 믿는 모양이다. 우리 대한민국 5000만 국민들은 ‘대한체육회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주목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사진 = AFPBBNews]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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