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윤욱재 기자] 이것이 냉혹한 현실인가.
대표팀 감독의 입에서 "키운다"는 표현이 나왔다. 어쩌다보니 올림픽에서 '미래'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서는 야구 대표팀은 유독 '좌완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김경문호가 점찍었던 좌완 에이스는 구창모(NC)였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대담한 피칭은 차세대 국대 에이스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구창모는 올해 왼팔 전완부 피로골절 여파로 단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완투수인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양현종(텍사스)이 하필 미국 무대에 모여 있어 대표팀에 합류하기 쉽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해도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불허했다.
그렇다고 좌완투수를 1명도 뽑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김경문 감독은 어깨 부상으로 긴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차우찬(LG)을 주목했다. 차우찬은 이제 140km대 구속도 구경하기 힘든 투수가 됐지만 그의 경험과 제구력을 높이 산 것이다. 결국 차우찬은 5경기만 등판하고도 대표팀에 합류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의리(KIA)와 김진욱(롯데)의 가세다. 이의리는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뽑힐 때만 해도 평균자책점이 4.50으로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이의리의 드러난 성적보다는 구위와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이의리가 차세대 좌완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의리는 대표팀 승선이 동기부여가 됐는지 4승 3패 평균자책점 3.89로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감했다.
급히 합류한 김진욱이야말로 잠재력을 보고 뽑았다는 표현이 맞다. 박민우(NC)가 방역수칙 위반 술자리 파문으로 태극마크를 스스로 반납했고 대표팀은 새로운 2루수를 찾는 대신 좌완투수 보강을 선택했다. 김진욱도 이의리 만큼 주목받는 신인투수이지만 올해 평균자책점 8.07로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김경문 감독은 "대표팀에 좌완투수가 필요하다고 느껴 김진욱을 뽑았다. 전반기에 선발로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구원으로는 던지는 내용이 좋다고 봤다"고 김진욱을 선발한 배경을 말했다.
이어진 말이 의미심장하다. "한국야구에 왼손투수가 없다고 하는데 이의리와 김진욱 같은 선수를 빨리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당연히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김경문 감독의 입에서 '키운다'는 표현이 나왔다. 이것이 한국야구가 마주한 현실이 아닐까. 언제까지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만 찾을 수는 없다. 이들의 명맥을 이을 선수들을 육성해야 한다. 신인 입단 첫 해부터 올림픽 출전의 영광을 안은 이의리와 김진욱이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치를 축적할 수 있을까. 한국야구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김진욱이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첫 훈련에서 워밍업을 하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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