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게이트(gate)'라는 접미사가 있다.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붙는다. 미국에서 1972년 6월 벌어진 사건에서 유래했다.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측근들이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목적으로 워싱턴에 있는 ’워터게이트 빌딩‘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침입했던 것이 밝혀져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다.
NC 선수들의 코로나19 감염, 서울 원정 숙소 호텔에서 외부인 여성 2명과 술자리를 가지고 감염법을 위반했다는 제보와 사실 확인, 이에 앞서 전 날 한화, 키움 선수들과 동일 여성들의 만남과 동선 및 한화 키움 선수들의 합석에 대한 거짓말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KBO리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화 돼 ‘호텔 게이트’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왜냐하면 청와대 홈페이지에 '호텔 게이트'에 대한 청원이 올라왔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프로야구선수들의 코로나 감염원인과 감염경로를 은폐하여 코로나 역학조사를 방해한 구단과 KBO를 수사하여 책임자를 처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18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회의’에서 ‘최근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리그가 중단됐다’고 이례적으로 KBO리그 현 상황을 언급하며 “극히 일부의 일탈 행위, 느슨한 방역 의식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분야일수록 방역수칙 준수에 솔선수범해 달라”고 강조했다.
‘호텔 게이트’화 우려가 큰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 등이 KBO리그의 손을 떠나 사회문제화 되면서 ‘경찰’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사실 때문이다.
김부겸 총리에 앞서 잠실야구장을 관할하는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역학 조사 과정에서 동선을 숨긴 확진자들에 대해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기자의 제보를 받고 호텔 CCTV를 활용해 심층 역학 조사를 해본 결과 선수 4명과 외부인 2명이 호텔 롬에서 맥주를 마신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정지택)는 12일 이사회를 개최해 리그를 6일간 전격 중단시켰는데 사태는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KBO는 16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관련 선수들과 NC 다이노스 구단을 징계했고 NC 구단은 황순현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러나 KBO와 NC 등 관련 구단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모 구단 프런트에서도 거짓 해명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고 24일로 예정된 KBO리그 올스타전 취소 주장까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동안 KBO는 큰 문제가 생기면 전직 수사관,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신중하게 처리해왔다. KBO가 선제적 주도적으로 해결에 착수할 타이밍을 놓치면서 이번 사태는 현재로서 속수무책인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확대되면 자칫 프로야구 구단의 서울 원정 숙소의 경우 올시즌 촬영된 선수단 관련 CCTV 화면을 모두 경찰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경찰 관계자가 전망했다.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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