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도쿄 올림픽 휴식 기간 중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돼 가는 가운데 올시즌 최대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나란히 75경기를 치른 전반기 2위 LG가 1위 KT를 2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LG가 투수 정찬헌(31)을 내주고 6위 키움 히어로즈에서 2루수 서건창(32)을 데리고 왔다.
‘윈 나우(Win Now)' '올시즌 무조건 우승’을 목표로 세운 LG 트윈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 1994년 이후 무려 27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전력 보강을 마쳤다. 서건창은 2루수 수비는 물론 리드오프, 빠른 발로 펼치는 주루플레이까지 LG 공수에 큰 보탬이 될 것이 분명하다. 국가대표 유격수 오지환과의 키스톤 콤비 플레이는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까지는 LG 쪽 관점이다. LG 차명석단장의 6승을 거두고 있는 투수 정찬헌을 보내고 2루수 서건창을 영입하는 전략은 절묘한 타이밍에 나왔다.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NC 다이노스가 ‘코로나 19’ 파문으로 전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두산도 1위 KT와 8.5게임 차의 7위에 머물러 있다.
전반기 순위만 놓고 보면 2위 LG, 3위 삼성이 안정된 팀 분위기와 전력으로 KT를 위협하고 있고 KT와 4.5게임 차인 SSG가 다크호스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있는 상태이다.
키움이 LG로 서건창을 보내고 선발 투수 정찬헌을 데려온 외형적인 배경은 ‘코로나19, 감염병법 위반 사태’로 투수 한현희와 안우진이 징계를 받게 됐고 용병 투수 제이크 브리검도 가족 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언제 귀국할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팀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실 그게 다가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시즌을 앞두고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올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서건창이 프리에이전트 등급제가 빅딜의 장애가 될 것을 우려해 자진해서 연봉 삭감을 요청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2020년 연봉 3억5000만원에서 3000만원을 내려 3억2000만원을 제시했는데 서건창은 9500만원 추가 삭감을 요청했다.
그러니까 ‘구단 삭감액 3000만원+선수 자진삭감 9500만원=1억2500만원 삭감’이 이뤄져 서건창의 올시즌 연봉은 2억2500만원이 됐다. 선수 요청으로 36% 가까이 연봉이 줄어드는 사실상 KBO리그 초유의 연봉 협상이 이뤄졌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이 부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서건창의 요구를 구단은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선수단 분위기다. 서건창의 전략에는 누가 봐도 FA가 돼 키움 히어로즈와 재계약하지 않고 큰 돈을 주는 다른 구단으로 가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담겨 있다.
그렇다면 구단은 그 때 서건창을 트레이드 카드로 서둘러 정리해야 했어야 옳다. 그 과정을 보면서 히어로즈 감독 코치, 다른 선수들은 허탈해 했을 것이다.
팀을 떠날 것이 분명한 선수와 올시즌 팀을 이뤄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구단이 서건창의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선수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구단은 9500만원을 더 아꼈는데 현재 팀 성적은 6위다. 키움 히어로즈는 언제든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는데 올시즌은 예전의 투지가 사라지고 팀 분위기마저 어수선해져 예상 밖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키움은 이번 트레이드로 투수진을 보강하면서 가장 중요한 팀 분위기 반전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어차피 떠날 선수를 일찍 내보내고 다시 팀 분위기를 추슬러 후반기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