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잠깐 쉬었다가 다시 걸어가도 돼."
LG 류지현 감독은 최근 LG 선수들의 SNS 단체 채팅방에 "고개를 들자"라는 말을 남겼다. 이적생 서건창이 소개하며 팬들에게도 알려졌다. LG는 9월에 주춤하면서 선두 KT의 독주를 막지 못했고, 삼성과 치열한 2위 다툼 중이다.
시즌 내내 애를 먹던 타격이 9월에도 고민이었다. 새 외국인타자 저스틴 보어의 부진, 외국인투수 앤드류 수아레즈의 부상,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 등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도 야구는 계속된다. 주어진 전력으로 최상의 전략을 세워 경기를 지휘하고, 선수들을 이끄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류지현 감독은 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고개를 들자"라는 말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길만 가다 보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볼 여유가 없고,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고 힘들어 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LG는 올 시즌 대권도전을 천명했다. 시즌 개막 직전 두산과 2대2 트레이드가 있었다. 후반기에 들어가기 전에 선발투수 한 명(정찬헌)을 키움에 보내면서까지 서건창을 받아와 취약한 2루를 보강했다.
그러나 반드시 대권에 오르겠다는 굳은 의지가 알게 모르게 선수들에게 부담이 됐을 수 있다. 냉정하게 볼 때 현 시점에서 두 차례의 빅딜이 LG에 성공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역시 구성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할 수 있는 요소다.
류 감독은 "하늘도 한번 보고, 힘들면 잠깐 쉬었다가 다시 걸어가도 된다. 그런 의미로 올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내가 마음에 더 와 닿았다. 선수들도 같은 생각이지 않겠나 싶었다"라고 했다.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알고 보면 류 감독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이었다. 일종의 '자기암시'였다. 류 감독이라고 해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다. 1년차 감독이라 성적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류 감독의 '급할수록 돌아가자'는 침착한 마인드는 인상적이다. LG로선 다행히 침체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1일 잠실 두산전을 내줬지만, 9월을 4연승으로 마쳤다. 특히 보어가 2군에 내려간 뒤 국내 타자들의 응집력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류 감독은 "최근 타자들의 타구 방향성이 좋아졌다. 잘 맞은 타구도 안타가 되지만, 빗맞으면서도 안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 경기가 자연스럽게 잘 풀리고 있다"라고 했다. 단, 1일 아리엘 미란다(두산)에게 완벽하게 막혔고, 그 다음이 중요하다.
LG의 올 시즌 결말은 알 수 없다. 선두 KT가 최근 흔들리지만, 벌어놓은 승수가 많다. 2위 삼성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4위 두산도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서 류 감독은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줘야 하고, 선수들은 결과물을 내야 한다. 10월이 지난 4~9월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확실하다.
분명한 건 류 감독은 초보 사령탑답지 않게 침착하다는 점이다. 리더가 단단하면 조직이 자멸할 위험성은 낮다. 류 감독은 "(본인이 고개를 들자는 메시지를 남긴 것)그것 때문에 최근에 연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류지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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