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상대에 맞추는 농구는 중요하지 않다."
SK 전희철 감독은 컵대회서 확실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본래 트랜지션이 좋은 팀인데, 좀 더 디테일을 살렸다. 예를 들어 1차 속공에 실패해도, 2차 속공으로 바로 연결하는 과정이 상당히 매끄러워졌다. 단순히 김선형과 자밀 워니 뿐 아니라 3~4명이 공간을 벌리고 뛰며, 순간적으로 스크린을 활용해 찬스를 만든다.
세트오펜스도 변했다. 일단 최대한 빠르게 스크린을 활용해 찬스를 엿보는 기조는 같다. 그러나 워니 위주의 정적인 농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다양한 선수가 볼 핸들링을 하며 2대2에서 파생된 공격을 하고, 풀리지 않을 때 워니를 찾았다.
이런 기조는 9일 오리온과의 개막전서도 마찬가지였다. 전희철 감독은 "내가 하고 싶은 농구는 굳이 포지션을 정하는 게 아니라 안영준이 2번을 맡으면 김선형이 슈팅가드를 맡는 것이다. 최준용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선형만 볼 핸들러를 맡지 않았다. 최원혁 등 가드들을 폭 넓게 활용했고, 최준용과 안영준도 간헐적으로 볼 핸들링을 했다. 자연스럽게 국내선수들의 리듬을 올리고, 활용도를 높여 김선형과 워니의 의존도를 낮췄다. 당연히 상대로선 특정선수 수비에 포커스를 맞추기 어렵다.
오리온은 전반적으로 SK의 속도전을 따라가지 못했다. SK는 1~2쿼터에 근소한 리드를 잡았으나 경기흐름 자체는 주도권을 갖고 있었다. SK는 오프 더 볼 스크린도 예전보다 많았고, 최준용이나 안영준이 미드레인지에서 찬스를 많이 잡았다. 적중률도 높았다. 워니는 처음부터 로 포스트에 자리잡지 않고 45도에서 움직이며 공을 받은 뒤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수비 응집력도 괜찮았다. 오리온이 45도에서 2대2를 시도하면 강한 더블팀이 들어갔고, 미로슬라브 라둘리차에게 들어간 더블팀도 효율적이었다. 라둘리차는 세르비아 출신의 포워드, 미드레인지 공략을 선호하는 스타일지만, 의외로 골밑 공략도 적극적이었다. 단, 확실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중력이 떨어졌다. 수비에서도 스크린을 받은 선수들에 대한 체크가 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일찌감치 예상된 단점.
라둘리차의 컨디션이 정상적이 아니라서, 이승현과의 하이&로 등 좋은 연계플레이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오리온은 이승현과 이대성의 컨디션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단, 머피 할로웨이는 몇 차례 좋은 패스센스를 보여줬고, 적극적인 림 어택도 돋보였다. 그러나 워니 특유의 훅슛을 제어하지 못했다.
결국 SK가 3쿼터에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코트를 넓게 활용하면서, 허일영, 최준용, 안영준의 3점포가 잇따라 림을 갈랐다. 오리온은 스크린 대처 등 외곽수비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했다. 신인 이정현이 몇 차례 돌파 등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지만, 한계가 있었다.
경기종료 5분13초를 남기고 워니의 골밑슛으로 92-76로 도망가며 SK가 승부를 갈랐다. 컵대회서 보여준 컬러, 위력이 그대로였다. 단, 시즌을 치르면서 타 구단들이 분석 및 대응할 시간은 충분하다. 이때 초보 사령탑 전 감독의 대처능력이 관건이다. 전 감독은 "내가 잘 해야 한다"라고 했다.
서울 SK 나이츠가 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1라운드 원정경기(개막전)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를 105-87로 눌렀다. 워니가 26점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만들었다. 안영준과 최준용도 18점, 16점씩 보탰다.
[워니.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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