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이젠 별을 둘 곳이 없다. 한눈에 몇 개인지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서다.
축구에서 ‘별’이 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해당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만 엠블럼 위에 별을 새길 수 있다. 따라서 별이 많을수록 그 팀의 명예와 위상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힙합 가수 비오의 노래 제목 ‘Counting Star’처럼 별을 세는 게 팀들 사이의 자존심 싸움이다.
K리그에서는 전북현대가 가장 많은 별을 품고 있다. 최근 13년 동안 리그 우승을 9번이나 해서 별 9개를 달았다. 2009, 2011, 2014, 2015, 2017, 2018, 2019, 2020, 2021년에 K리그 챔피언에 등극했다.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라는 줄임말까지 나왔다. 전북은 2021시즌 우승 확정 후 별 9개 그래픽을 공식 SNS 프로필 사진으로 걸었다.
전북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법하다. 별은 많이 모았는데 어떻게 배치해야 예쁠까?
해외 사례를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구단들은 긴 시간 동안 대회를 치른 만큼 우승 횟수도 많다. 대표적으로, 1897년에 창단한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는 자국 리그 세리에A 우승을 36회 달성했다. 하지만 별은 36개가 아니라 3개다. 10회 우승을 ‘왕별’ 1개로 대체했다. 이탈리아 구단 중 최다 우승팀이다. 별이 2개인 팀도 없다.
독일은 조금 다르다. 1900년에 창단한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31회 우승팀이다. 그러나 별은 31개도 아니고 3개도 아니다. 5개다. 독일풋볼리그(DFL)의 규정에 따르면 3회 우승에 첫 번째 별이 주어진다. 그 다음 5회→2개, 10회→3개, 20회→4개, 30회→5개 별을 달 수 있다. 뮌헨 역시 독일 최다 우승팀이다.
일본 J리그는 별을 넣긴 넣지만 사이즈가 다르다. 우라와 레즈 유니폼 가슴에는 큰 별 2개와 작은 별 1개가 있다. 큰 별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우승(2007, 2017) 횟수를 상징한다. 가운데 있는 작은 별은 J1리그 우승(2006) 횟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앙에는 따로 '별 규정'이 없다. EPL 최다 우승팀 맨유(20회), 라리가 최다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34회), 리그앙 최다 우승팀 생테티엔(10회) 가슴에 별이 없는 이유다.
국가대표팀도 별을 달 수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우승 횟수가 기준이다. 5회 우승팀 브라질은 별 5개를 새겼다. 프랑스는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 별 1개인 유니폼을 입고 뛰다가 우승 확정 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별 2개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우승 시상식을 기념했다. 2회 우승을 예측한 프랑스 축구협회의 '센스'가 빛난 순간이다.
과연 K리그에는 별 규정이 따로 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리그 우승 1회에 별 1개를 넣는 건 상징적인 의미다. 규정은 없다. 10회 우승에 큰 별 1개를 넣을 수도 있다. 해당 구단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라고 들려줬다.
K리그에서 10회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은 전북이다. 전북 백승권 단장에게 위의 사례를 들려주자 “아직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재미있다. 충분히 고민해볼 만하다”라며 밝게 웃었다. 백 단장은 “일단 내년에는 별 9개를 즐기겠다. 최대한 빨리 별 10개를 모아서 왕별을 달지 고민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사진 = 전북현대, AFPBBnews, 우라와레즈]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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