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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산타클로스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어야 하는 상황, 저에겐 드라마 '아이돌'이 그랬어요."
배우 안희연은 JTBC 월화드라마 'IDOL [아이돌 : The Coup]'에서 데뷔 6년차 걸그룹 코튼캔디의 리더 제나를 연기했다. 누가 보더라도 안희연의 과거인 EXID 하니와 닮은 점이 많은 캐릭터. 그랬기에 안희연은 더 많이 힘들었고,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이 끝난 것은 시원섭섭하죠. 사실 이 작품을 찍으면서 되게 힘들었거든요. 끝나서 좋은 것도 있지만, 함께 한 사람들과 정이 많이 들어서 무섭기도 해요. 되게 오랜만에 '우리', '함께'라는 것 속에 있다가 다시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느낌이니까요. 겪어본 일인데도 두렵네요."
무엇이 제나를 만난 안희연을 그토록 힘들게 했을까. 이를 묻자 안희연은 산타클로스를 예로 들었다.
"다들 경험했던 이야기니까 쉬웠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전 오히려 이번 연기게 제일 어려웠어요. 예를 들어 산타클로스를 믿는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는 매년 산타클로스로부터 선물을 받기 위해 노력을 했죠. 그런데 어느날 산타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에요. 산타의 정체는 부모님이었죠. 그 순간 느끼는 배신감, 이후 드는 산타클로스가 없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 그리고 선물을 챙겨준 부모님의 마음까지. 아이는 결론적으로 산타클로스는 없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고, 부모님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어요. 그런데 이번 '아이돌'이란 드라마는 제게 없는 것을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를 다시 믿어야하는 일이었어요. 그게 어려웠죠."
비유를 마친 안희연은 현실로 돌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나의 상황을 연기하며 눈물이 안나더라고요. 제나가 행사를 마치고 혼자 우는 신이었는데, 끝까지 눈물이 안나는 거에요. 그 순간 산타클로스를 믿는 시절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실제로 저는 더 많은, 그리고 다양한 행사를 경험해봤으니까요. 정말 아무 반응도 없는 행사도 가봤고, 제 스스로가 비루해지는 행사도 많았었죠.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산타클로스를 믿게 된 거죠."
고난 끝에 역주행을 이뤄가는 코튼캔디의 이야기는 EXID의 실제 사연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안희연은 '어쩌면 상처를 다시 꺼내놓는 작업'이 될 수도 있는 역할을 왜 수락한 것일까.
"결말에서 코튼캔디는 해체를 했어요. 저도 일을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아이돌은 그렇게 끝이 있는 직업이더라고요. 자의건 타의건 끝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직업, 한 마디로 평생 직장이 아니죠.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 끝을 시작이라고 말을 해줬어요.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드라마의 내용이 제게 큰 위로가 됐죠. 이런 이야기라면 내 지난 시간의 상처를 헤집는 일이라도 기꺼이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 지난 시간을 가치있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게 작품을 택한 이유에요."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EXID 멤버들도 큰 힘을 줬다고.
"대본을 받고, 저의 그 시절을 복기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정화에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같이 대본을 봐줬고. 대본이 너무 좋다고 말을 해줬죠. 솔지 언니는 본방사수를 해줬어요. 샵이 같이서 자주 만났는데 '잘될 것 같아'라며 언니 식의 응원을 해줬죠. 혜린이도 끝나고 한 잔 하자는 식으로 응원을 해줬어요."
EXID처럼 역주행을 이뤄낸 코튼캔디. 안희연, 그리고 하니는 그 기적과 같았던 역주행의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촬영 중에 직캠이 화제가 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순간 다른 배우들이 '언니는 이 일을 실제로 겪어봤잖아요'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 순간 저는 '응, 나는 경험해봤던 것 같아.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는 순간을. 그런데 잠깐 좋았고, 바로 불안했어. 나는 그랬어. 그래서 조금은 아쉬워. 좀 더 길게 좋아할 걸'라고 말을 해줬어요."
인터뷰 말미 안희연에게 물었다.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 하니를 무대에서 다시 만나보긴 어렵겠냐고.
"원래는 큰 끌림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작품 속에서 마지막 무대를 하는데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 순간 이게 내 인생 마지막 무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진 = 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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