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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솔직히 삼성에 남고 싶다."
백정현은 양현종을 제외하면 이번 FA 시장에서 귀한 선발투수다. 아직까지 계약 소식은 없다. 양현종이 사실상 친정 KIA와 협상창구가 단일화된 상황. 반면 백정현에 대한 타 구단들의 관심이 그렇게 뜨겁지 않은 모양새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7경기서 14승5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2007년 입단 후 한동안 평범한 셋업맨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선발로 전환하더니, 올해 기어코 일을 냈다. 원태인, 데이비드 뷰캐넌과 함께 삼성의 암흑기를 청산시킨 주인공이다. 데뷔 후 묵묵히 삼성 마운드에 공헌해온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단, 아무래도 애버리지가 명확하지 않은 약점이 있다. 올 시즌을 제외하고 풀타임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시즌도 없었다. 두 자릿수 승수도 없었다. 나이도 내년이면 만 35세. 보상선수가 있는 B등급이라는 것도 변수다. 현실적으로 삼성 잔류가 유력해 보인다.
삼성도 내년 우승 컨텐더가 되기 위해 백정현이 반드시 필요하다. 박해민이 LG로 깜짝 이적하면서 야수진에 공백이 생긴 것을 떠나 마운드 안정화 측면에서 그렇다. 물론 삼성 팬들은 박해민의 이적이 아쉽고, 백정현마저 타 구단에 갈 경우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본인도 지난주에 끝난 연말 시상식에서 삼성 잔류 희망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지난 5일 최고투수상을 받은 일구상 시상식에서도 그랬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에이전트에게 맡겼다. 얘기가 나오면 내가 선택하면 된다. 에이전트의 얘기를 기다리고 있다. 솔직히 삼성에 남고 싶다"라고 했다.
삼성 동료들은 입을 모아 백정현 잔류를 희망했고, 백정현도 "고맙다"라고 했다. 무덤덤한 화법으로 유명한 백정현이지만, 동료에 대한 얘기, 삼성에 대한 애정은 '찐'이다. 그는 "그 선수들도 언제든 이런 상황이 될 수 있는데,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공개적인 '친정 사랑'이 협상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그러나 백정현은 "야구는 어디서 하든 똑같다. 삼성에 남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팀에서 원하면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계약을 하는 것이고 팀에서 원하지 않으면 어떤 말을 해도 계약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내 말은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FA인데 FA 같지 않는 느낌마저 풍겼다.
백정현은 시상 직후 "잘 하려는 마음보다 내려놓은 시즌이었다. 의도하지 않게 결과가 좋게 나왔다. 평소보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살면서 이런 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꿈 같은 상"이라고 했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백정현, 결말은 어떻게 될까. 삼성 팬들은 박해민을 잃는 아픔을 백정현과의 재계약으로 치유하고 싶어 한다. 러브콜은 팀이 FA에게 보내야 하는데, 백정현은 먼저 친정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삼성은 이런 투수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백정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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