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KIA와 양현종의 재결합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장정석 KIA 단장과 양현종의 에이전트인 최인국 스포스타즈 대표가 두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KIA는 FA 거포 나성범과의 계약도 얽혀 있지만 양현종의 계약은 또 다른 문제라 봐야 한다. 양현종으로선 나성범보다 못한 대우를 제시 받았다면 섭섭함이 밀려올 수 있지만 두 선수는 엄연히 포지션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양현종은 선발투수다. 그동안 FA 시장에서 유독 선발투수는 귀하디 귀했고 대박을 터뜨린 선수도 소수였다. 그렇다고 이들이 몸값에 걸맞는 결과를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KIA도 아픈 기억이 있다. KIA는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지 1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윤석민에게 4년 90억원이라는 거금을 안겼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2015년 2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한 윤석민은 이듬해 16경기 등판에 그치며 2승 2패 1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9로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8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6.75를 남긴 2018시즌을 끝으로 마운드에서 사라졌다.
KIA가 만약 양현종에게 4년 계약을 안긴다면 그의 34~37세 시즌에 투자하는 것인데 위험요소가 적지 않다. 윤석민에게는 29~32세 시즌에 투자한 것임에도 대실패로 좌절을 맛봤다.
양현종과 같은 나이대의 선발투수에게 거금을 투자한 사례는 또 있다. 삼성은 윤성환과 4년 80억원에 FA 재계약을 맺었는데 2015년 17승 8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뛰어난 활약을 했지만 불법 해외원정 도박 사건에 휘말려 한국시리즈에 등판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있었고 2016년 11승에 평균자책점 4.35, 2017년 12승에 평균자책점 4.28로 꾸준하기는 했어도 몸값에 걸맞는 압도적인 투구는 아니었다. 계약 마지막 해인 2018년에는 5승 9패 평균자책점 6.98로 고꾸라졌다.
삼성은 윤성환의 계약에 앞서 장원삼에게 4년 6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장원삼은 2014년 11승 5패 평균자책점 4.11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지만 2015년 평균자책점이 5.80, 2016년 평균자책점 7.01로 치솟았고 2017년에는 그나마 나아진 것이 5.61이라는 평균자책점이었다. 역시 대실패였다.
두산과 4년 84억원에 계약을 맺고 전격 이적한 장원준은 두산에 입단하자마자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했고 2016년 15승과 평균자책점 3.32, 2017년 14승과 평균자책점 3.14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2018년 평균자책점이 9.92로 치솟은 것을 시작으로 아직까지도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원준이 두산에서 에이스다운 투구를 보여준 시기는 30~32세 시즌이었다.
역대 FA 투수 최고액 기록은 차우찬이 보유하고 있다. LG와 4년 95억원에 계약한 차우찬은 2017년 10승과 평균자책점 3.43으로 뛰어난 투구를 보여줬지만 2018년 평균자책점이 6.09로 뛰어 올랐고 2019년 13승에 평균자책점 4.12로 꾸준한 투구를 했음에도 지난 해 5승에 평균자책점 5.34에 머물고 부상까지 겹치면서 몸값에 비해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차우찬의 30~33세 시즌이었다.
이처럼 FA 시장에 나온 에이스급 선발투수의 성공 확률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KIA 역시 양현종에게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KIA에서 뛰었던 지난 해 평균자책점이 4.70으로 뛰어 오르면서 하향세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고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도 평균자책점 5.60에 그쳐 투구 자체가 반등한 모습은 아니었다. 이처럼 KIA가 덜컥 거액을 안기기에는 위험 부담이 존재한다. 과연 KIA와 양현종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양현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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