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개장한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양현종을 포함한 15명의 선수 중 7명이 계약을 마쳤다. 5명이 원 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었고, 2명이 새 둥지를 찾아 떠났다. 여전히 '최대어'로 불리는 선수들도 시장에 남아있지만, 이제는 '준척급' 선수들의 시간이 시작된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은 지난해부터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정훈은 허문회 전 감독의 신뢰 속에 내야와 외야를 오가며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111경기에 출전해 121안타 11홈런 58타점 타율 0.295 OPS 0.809로 활약했다.
뒤늦게 꽃이 피었지만, 우연은 아니었다. 정훈은 올 시즌에도 135경기에 출전했고, 142안타 14홈런 79타점 70득점 타율 0.292 OPS 0.818을 기록하며 '데뷔 16년 차'에 생애 첫 FA를 앞두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시즌 후반 타격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진 아쉬움은 있지만, 7월 43안타 28타점 타율 0.394를 기록하며 월간 MVP 후보에 오르는 등 지난해 성적이 결코 '반짝'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냈다.
정훈의 가장 큰 장점은 내·외야를 모두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슈퍼플레이를 잦게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중견수와 1루수로서 준수한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 올해도 주전 1루수로 기용됐고, 래리 서튼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는 중견수로도 많은 경기에 나섰다.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C등급이라는 점. 올 시즌 연봉 1억원의 정훈은 타 구단으로 이적할 시 보상금은 1억 5000만원에 불과하다. 보상 선수는 필요하지 않다. 올해 삼성과 4년 총액 37억원에 FA계약을 맺은 백정현과 동갑인 정훈이 '알짜 FA'로 불리는 이유다.
FA 시장이 개장한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정훈의 행선지는 어떻게 될까. 일단 롯데는 정훈과 손아섭의 잔류를 위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협상이 순탄한 분위기도 아니다.
정훈의 이탈은 롯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대호가 풀타임 1루수로 경기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나승엽, 한동희 등이 1루 수비가 가능하지만, 정훈 만한 공격력을 뽐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좌익수 전준우가 1루수로 전향하는 방법도 있지만, '최다 안타' 타이틀을 거머쥔 타격 포퍼먼스가 온전히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대형 FA 계약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시점에서 준척급인 정훈에게 관심을 갖는 팀들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 관계자에 따르면 2~3개 구단에서 정훈의 영입을 검토 중에 있다. 부담이 덜한 'C등급'인 만큼 영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는 아니다. 하지만 보상금액이 크지 않고, 내·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만큼 군침을 흘리는 팀이 있다는 것이다.
'가성비'로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정훈이 협상에 급물살을 타 롯데에 잔류할지, 타 구단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지 주목된다.
[정훈.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