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협상왕이다.
KIA 나성범(32)의 FA 6년 150억원 계약은 에이전트 없이 선수가 직접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물론 나성범이 NC에서 데뷔 후 수년간 KBO리그 최상위 클래스의 퍼포먼스를 낸 건 맞다. 충분히 대형계약을 체결할 자격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가 직접 타 구단 이적을 통해 역대 FA 최고금액의 계약을 따낸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2018년에 에이전트 제도가 공식적으로 도입됐다. 최근에는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협상테이블에도 나오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성범은 에이전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KIA는 나성범과 직접 협상을 하며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 장정석 단장은 FA 시장이 개장한 11월26일에 곧바로 나성범과 만나기 위해 창원으로 향했다. 창원에서 나성범과 처음으로 얘기를 한 순간부터 "느낌이 좋았다"는 게 장 단장의 회상이다.
장 단장은 "첫 만남에서 실무진과 함께 우리 구단이 나성범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심을 다해 전달했다. 좋은 얘기를 했다. 젊고 성실하더라"고 했다. 그렇게 첫 만남 이후 유선상으로 컨택을 지속했다.
장 단장은 이달 초 시상식 일정이 가득했을 때 서울의 한 호텔에서 다시 나성범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직접 만난 건 단 두 차례였다. 실무진이 이달 초에 처음으로 금액을 제시했다. 이후 장 단장은 옵션과 세부조항을 계속 조율해나갔다.
사실 최준영 대표이사가 장 단장 부임 전부터 나성범 영입에 올인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일찌감치 모기업으로부터 관련 컨펌을 받았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고선 6년 15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이 성사되기 어렵다. 덕분에 장 단장은 일찌감치 나성범과의 협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장 단장은 "전화로 얘기를 잘 해왔다. 성범이에게 '이건 어떠냐'고 하면 "좋습니다. 하시죠'라는 말이 돌아오기도 했다. 실제로 어느 날에 딱 '(KIA와 계약을) 하겠다'는 얘기는 안 했다. 그런데 나름 계속 얘기를 해보니 성범이가 조금씩 속마음을 흘리기 시작하더라"고 했다.
나성범도 당연히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페어플레이를 했다. KIA와 대화가 깊어지는 어느 순간부터 NC와 거리를 뒀다. NC와도 계약 관련 얘기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KIA로 마음이 기울어진 뒤부터 NC에 여지를 주지 않았다. NC로서도 그게 깔끔하다. 그래서 재빨리 박건우 영입으로 선회할 수 있었다. 장 단장도 "성범이가 나랑 얘기가 잘 되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NC와 안 만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했다.
단, KIA는 실제로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과의 계약을 우선시했다. 되도록 양현종과의 계약을 먼저 발표하려고 했다. 그러나 22일 양현종과의 협상에서 또 한번 사인을 받아내지 못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마침 22일 장 단장은 양현종과의 협상 도중 나성범의 전화를 받았다.
장 단장은 "성범이에게 확답을 받고 기분이 좋았다. 사실 2주 전부터 '이번 달 말까지는 끝내자'라고 했다. 지난주에 끝냈다면 발표할 수도 있었다. 현종이와 먼저 계약을 하면 먼저 발표하려고 했다. 어제 계약을 했다면 (나성범 계약과) 동시에 발표를 할 수도 있었다"라고 했다.
KIA의 화끈한 공세와 나성범의 차분한 협상술이 해피엔딩으로 귀결됐다. 내년 만 33세의 나성범은 만 38세 시즌까지 보장을 받으면서 역대 최고금액까지 수령할 수 있다. 심지어 에이전트 수수료도 떼지 않는다. 야구도 잘하는데 비즈니스도 잘한다. '협상왕'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나성범과 장정석 단장.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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