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21년 11월 30일,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익숙한 듯 낯선 얼굴의 선수가 블랙 수트를 입고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했다. 아직 우승 경험은 없지만 치열한 KLPGA투어에서 10년동안 묵묵히 시드를 지켜낸 최가람(29)이다.
KLPGA는 24일 최가람의 인터뷰를 보내왔다. KLPGA는 "올해 K-10클럽에 가입하며 처음으로 대상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2017년 신설된 K-10클럽은 10년 연속 정규투어에서 활동한 정예 선수가 가입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단 14명의 선수만이 그 영광을 안았다"라고 밝혔다. 최가람은“벌써 10년이 됐다니 실감이 안난다.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가람은 지난 10년간을 ‘마음고생’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또래 친구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우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난 여기서 뭐하는거지?’, ‘골프를 시작하지 말걸 그랬어’라며 속앓이를 자주했다”고 토로했다.
아직도 마음고생은 이어지고 있다. 2년째 스윙을 교정하고 있다는 최가람은 “원래 팔을 많이 쓰는 스윙이었다. 코스 전장이 점점 길어지면서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몸통을 쓰는 스윙으로 바꾸고 있는데 그동안의 습관이 몸에 배어 쉽지 않다.스윙이 빨리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가람은 고난과 정면 돌파하며 다시 일어설 계기를 만들고 있다. “내년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라운드 위주로 동계훈련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체력훈련을 중점적으로 할 것이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큰 시도다. 거리가 조금 더 늘어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음가짐도 변했다.지난해 11년만에 정규투어에서 우승컵을 높이 들어올린 동갑내기 친구 곽보미(29,하이원리조트)의 우승이 좋은 자극제가 됐다. 최가람은“비슷한 상황에 있던 선수가 우승하면서 나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왜 안될까’라고 스트레스만 받다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오히려 여유도 생겼다고 했다. “영혼을 갈아넣는다는 생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투어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지금은 잘 안될 때 새로운 도전을 해 보기도 하고 쉬면서 숨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최가람은 지금까지 231개의 정규투어에 출전하면서 646라운드를 경험했다. 적어도 35살까지는 정규투어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최가람은 내친김에 ‘정규투어 최다 출전 기록’까지 세워 보겠다는 각오다. 현재는 홍란(35,삼천리)이 356개로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가람은 ”투어 활동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내가 오랫동안 열심히 해서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최가람은“정규투어를 오래 뛰었지만 알아봐주시는 분들은 많지 않다. 다른 선수와 헷갈려하는 경우도 많은데, 내가 누군지 골프팬들이 정확하게 알아주실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뒤, “나의 가장 큰 무기는 꾸준함이다.조금씩 위로 올라가다가 언젠가는 ‘한방’이 터질 거라고 믿는다.잠깐 맛만 보고 떠나보낸 나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웃었다.
[최가람. 사진 = KLPGA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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