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달은 여름에 저물었지만…
2021-2022 KBO리그 FA 시장 최고의 화두는 KIA가 FA 최대어 나성범(32)을 6년 150억원에 영입한 것이다. 나성범은 2016~2017 FA 시장의 이대호(4년 150억원)와 함께 역대 FA 최다 계약총액을 기록했다.
나성범은 생애 첫 FA 계약 한 방으로 역대 FA 누적계약총액 6위에 올랐다. 누가 뭐래도 나성범과 KIA는 이 겨울의 최대 승자다. KIA는 나성범 영입으로 내년 5강 후보로 떠올랐다. 광주 출신 나성범의 고향팀 귀환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또 있다. 나성범은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연세대에 진학했다. 사실 연세대 시절에는 타자보다 왼손 에이스로 각광 받았다. 타자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NC에 2012년 2라운드 10순위 지명을 받고 당연히 투수로 뛸 것으로 보였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경문 초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나성범을 투수가 아닌 타자로 키우겠다고 마음 먹었다. NC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투타 모두 재능이 있는 게 확실하다면, 투수보다 매일 경기에 나서는 타자가 좋겠다는 게 김 전 감독의 당시 판단이었다.
김 전 감독은 두산, NC, 국가대표팀 감독을 거치며 선수에 대한 '직관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손을 거쳐 KBO리그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한 선수가 많다. 육성선수 신화를 쓴 김현수(LG)가 대표적이다.
그런 김 전 감독이 나성범을 NC를 이끌어갈 간판타자로 꼽았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흥미롭게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김 감독의 혜안은 틀리지 않았다. 나성범은 2014년 타율 0.329 30홈런 101타점을 찍은 것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7년 연속 3할, 5년 연속 30홈런을 때렸다. 2019년 주루 도중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었지만, 2020년과 2021년에 잇따라 34홈런, 33홈런을 생산하는 기염을 토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왼손타자를 넘어 메이저리그까지 노크할 정도로 성장했다. 수술 이후 운동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털어내고 부활했다. KIA는 그런 나성범의 능력이 수년간 침체된 타선을 살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6년 150억원을 계약을 안겼다.
나성범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전적으로 김경문 전 감독의 공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나성범이 150억원 계약까지 맺을 수 있었던 건 본인의 피 나는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다만, 지도자의 안목이 선수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실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나성범이 투수로 승부를 봤다면, 현 시점에서 어느 수준으로 성장했는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김 전 감독은 도쿄올림픽 실패의 책임을 지고 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상황에 맞는 대처능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나성범은 사실상 김 전 감독이 길러낸 마지막 유산으로 보인다.
[나성범과 김경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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