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제가 ‘제2의 최동원이 되는 게 꿈’이라고 하면 다들 ‘무슨 포수가 제2의 최동원이냐. 차라리 제2의 이만수가 되는 꿈을 꾸라’고 하세요. 하지만, 제가 되고 싶은 건 ‘대투수’ 최동원이 아니에요. 전 나보단 팀, 화려한 슈퍼스타의 인생을 살기보단 안타까운 2군 동료들의 환경에 더 주목했던 ‘대선수’ 최동원을 닮고 싶을 뿐이에요. 지금도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제 꿈이에요.”
‘미란다 장학금’ 세 번째 대상자인 강릉고 2학년 이성오의 말이다. ‘미란다 장학금’ 초교 대상자인 부산 양정초교 5학년 이승현과 중학교 대상자인 부산 개성중 2학년 이영웅의 포지션이 모두 투수인 반면 이성오의 포지션은 포수다.
‘부산은행 최동원상’을 주관하는 최동원기념사업회 강진수 사무총장은 “위대한 투수의 옆엔 항상 위대한 포수가 있었다. 제2의 최동원을 많이 배출하려면 그만큼 훌륭한 포수 유망주를 많이 탄생시켜야 한다”며 “고교 유망주 포수 여럿을 추천받은 가운데 성실함과 뜨거운 야구 열정이 돋보인 강릉고 2학년 포수 이성오를 ‘미란다 장학금’ 고교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성오는 울산 대현초교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외삼촌 박찬도의 영향이 컸다. 이성오의 어머니 박채희 씨는 “아들이 외삼촌의 멋진 플레이를 보면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 같다”며 “외야수인 외삼촌이 ‘팔을 많이 쓰지 않는 포수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해 아들이 초교 때부터 줄곧 포수로 뛰었다”고 말했다.
포항중에서 경주고로 진학한 이성오는 2학년이 될 무렵 강릉고로 전학갔다. 이성오에겐 모험이었다. 이성오의 어머니 박채희 씨는 “별다른 연고가 없는 강릉으로 아이를 보낸다는 건 부모 입장에선 모험 그 이상이었다”고 털어놨다.
1년간 경기에 뛸 수 없는 것도 모험이었다. 이성오는 경주고에서 강릉고로 소속이 바뀌면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규정에 따라 1년간 경기에 뛰지 못했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타 시·도로 전학 간 학생선수는 1년간 공식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하지만 모험은 성공이었다. 전학 후, 이성오는 강릉고 최재호 감독의 지도로 부쩍 성장했다. 모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이성오는 189cm, 95kg의 탄탄한 체구가 돋보이는 학생선수”라며 “초교 때부터 포수로 뛴 까닭인지 기본기나 테크닉도 좋지만, 투수를 안정시키는 리드 능력이 무엇보다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강릉고 최재호 감독은 이성오의 장점으로 좋은 인성을 꼽았다. “또래 학생선수 중에서 성오처럼 인성이 좋은 학생선수도 드물 거다. 부모님의 ‘성실 유전자’를 그대로 유전받았다. 원체 성실한 학생선수라, 내년에 얼마나 더 성장할지 벌써부터 궁금할 정도다.” 최 감독의 얘기다.
이성오는 “‘미란다 장학금’을 받고서 대선수 최동원의 뒤를 따르고 싶다는 꿈에 이어 두 번째 꿈이 생겼다”며 “프로선수가 돼 제게 큰 가르침과 감동을 주신 미란다 선배의 공을 받는 게 두 번째 꿈”이라고 밝혔다.
‘미란다 장학금’은 제8회 BNK 부산은행 최동원상 수상자인 아리엘 미란다(두산)가 상금 2천만 원 가운데 1천만 원을 기부하면서 탄생했다. 기념사업회는 초교, 중학교, 고교에 이어 대학교, 독립야구 대상자에 대해서도 ‘미란다 장학금’을 100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미란다(첫 번째 사진)와 이성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최동원기념사업회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