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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2일에 한 번 더 만났다."
키움은 결국 FA 박병호(35, KT)를 놓쳤다. 3년 30억원, 보상금 22억5000만원 포함 50억원대 예산으로 공세에 나선 KT에 패배했다. 고형욱 단장은 29일 전화통화서 "박병호의 선택을 존중한다. 팬들에겐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키움은 박병호를 정말 잡으려는 의지가 있었을까. 키움 팬들은 "1월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라는 키움의 협상 전략을 두고 안일했던 것 아니냐며 구단을 성토한다. 이 부분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 단장은 실제 지난 8일 전화통화서 그런 말을 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장을 마치고 12월 초에 돌아와 야시엘 푸이그 에이전시의 답변을 기다리는 와중에 박병호를 한 차례 만났다. 그 자리에서 금액을 주고 받지 않았고, 12월까지는 서로 시간을 갖자고 했다.
마침 박병호의 에이전시 리코스포츠 소속 특급 FA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박병호의 시간이 뒤로 밀렸다. 하지만, 리코스포츠 FA들의 계약이 이달 중순 완료된 뒤에도 키움과 박병호와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물론 고 단장은 박병호 측과 12월 내내 유선상으로 연락을 지속해왔다. 대면 협상을 보류했을 뿐이다. 그리고 박병호를 향한 KT의 공세를 당연히 간파했다. 때문에 고 단장은 전략을 바꿔 박병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한 차례 더 만났다.
고 단장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다 22일에 한 번 더 만났다. (KT의 공세로)상황이 달라졌으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박병호의 마음은 서서히 KT로 넘어갔다. 결과적으로 1월까지 미뤘던 대면 협상 테이블을 급하게 앞당겼으나 박병호는 떠났다.
종합하면 키움이 박병호를 잡으려는 의지는 있었다. 그러나 공세를 퍼부었다고 보긴 어렵다. 1월까지 대면 협상을 미루기로 하면서 KT에 틈을 내준 건 명확한 사실이다. 유선상의 연락과 대면협상은 같으면서 또 다르다.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당연히 후자다. 이 대목에선 팬들의 질타를 피할 수 없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키움은 박병호를 잡을 여력이 부족했다고 봐야 한다. 키움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 없이 스폰서들을 유치해 구단을 운영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효율적인 경영으로 흑자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시작된 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이다. 관중 입장 제한이 치명적이었다.(고 단장은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을 아꼈다)
결과적으로 키움은 박병호에게 30억 이상을 투자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병호의 냉정한 미래 가치, 구단의 재정상태, 경영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봐야 한다. 여기저기서 100억원 얘기가 쉽게 나오는 2021-2022 FA 시장에서 수년간 구단의 간판 역할을 맡아온 타자에게 3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 어려운 현실. 애당초 키움은 박병호의 시장가격을 맞춰주기 어려웠다.
키움은 박병호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 박병호는 지난 2년간 각종 수치가 뚝 떨어졌지만, 41홈런을 생산한 팀 내 최고 대포였다. 물론 키움은 수년간 선수 이탈을 반복 경험했다. 뉴 페이스 육성에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다. 그러나 20홈런타자를 하루아침에 길러내는 건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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