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T가 강공드라이브를 건다.
한국시리즈 우승 팀들은 일반적으로 비 시즌 선수단 구성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현재의 구성으로 리그 최강에 올랐으니, 적절히 유지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2군과 유망주 뎁스까지 좋을 경우 '내부 육성'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서 KT는 좀 유니크하다. 코칭스태프부터 변동폭이 컸다. 1군 투수 파트가 완전히 바뀌었다. 박승민 코치가 퓨처스 투수 총괄로 옮겼고, 김태한 코디네이터가 메인 코치를 맡았다. 제춘모 불펜 코치를 새롭게 영입했다. LG와 함께 마운드가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지만,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의 생각은 좀 다른 듯하다.
심지어 1군에는 장재중 배터리코치도 새 얼굴로 합류했다. 또한, 한화에서 매끄럽지 않게 나온 이성열 타격코치를 과감하게 영입, 퓨처스 타격코치로 기용한다. 뉴 페이스 코치가 3명인데, 2명이 1군에 들어온다.
우승팀으로는 이례적으로 외부 FA 영입전선에도 뛰어들었다. 결국 박병호를 3년 30억원에 붙잡았다. 팀 타율 0.265, 4위로 준수했지만, 팀 홈런 106개로 7위, 팀 OPS 0.737로 6위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클러치능력과 장타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박병호를 영입했다.
과열된 이번 FA 시장에서 박병호의 가치는 30억원으로 책정됐다. 전성기는 지난 타자다. 그래도 지난 2년간 극심한 부진 속에서 20홈런을 꼬박꼬박 쳤고, 유한준의 은퇴로 지명타자 슬롯이 비어있다는 점을 감안한 합리적 선택이다. 기존 주축들과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KT는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이후 냉정하게 2021시즌을 돌아봤다. 팀이 우승권 전력으로 성장한 건 맞지만, 통합우승에는 약간의 운도 따랐으며, 통합 2연패와 장기적으로 강팀이 되기 위해선 변화 및 보강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KT의 페넌트레이스 승률은 0.563으로 역대 1위 팀 치고 그렇게 높은 건 아니었다. 정규시즌 막판 삼성과 LG의 맹추격을 받으며 타이브레이크 게임까지 치러야 했다. 예전 규정이라면 삼성과 상대전적서 밀려 2위로 내려앉는 것이었다.
KT가 이번 겨울에 요란한 움직임을 보인 것도 아니고 거금을 투자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필요한 파트에 합리적 투자를 하며 업그레이드를 선언한 건 기존 KBO리그 리딩구단들의 모습과 살짝 결이 다르다.
FA 및 트레이드 시장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중, 하위권 팀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두 나름의 현실적 이유가 있고 강팀으로 가기 위한 프로세스는 있을 것이다. 내년 시즌 후 도입될 샐러리캡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시장에 좋은 매물이 있을 때 과감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조직의 미래 가치에 따라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조직을 살 찌우는 방법을 찾는 건 결이 다르다. 전자는 모든 구단이 당연히 하는 것이다. KT가 내년에 다시 우승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올 겨울에 바쁘게 움직이는 건 당연하다. 우승했다고 조용하다? 보신주의다.
[박병호(위), KT 2022시즌 코칭스태프 표(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T 위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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