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돈도 중요하지만…"
KIA 장정석 단장(48)만큼 올 겨울 바쁜 야구인이 또 있을까. 장 단장은 2019시즌을 끝으로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이 만료됐다. 그러나 쉬지 않고 그라운드에 나왔다. KBS N 해설위원으로 2년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11월 24일 KIA 단장에 선임됐다.
장 단장만큼 다양한 위치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야구인이 드물다. 선수 시절 트레이드도 경험해봤고, 현역 시절 막판에는 투수로 전향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운영팀장, 감독, 해설위원, 단장 순으로 직함이 바뀌었다. 코치만 안 해봤다.
그랬던 장 단장도 지난 2개월은 너무 숨 가빴다. KIA 단장에 선임되고 이틀 뒤에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 첫 출근했는데, 그날 오후에 FA 나성범과 만나기 위해 창원으로 이동했다. 이후 나성범 및 양현종과 투 트랙으로 협상을 이어왔다. 그리고 연말 시상식에도 빠짐 없이 얼굴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올 겨울 원하는 일을 이뤘다. FA 최대어 나성범을 6년 150억원에 붙잡았다. 양현종과 약간의 진통이 있었지만, 4년 103억원 계약으로 복귀시켰다. 새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 새 외국인투수 로니 윌리엄스 영입을 완성했다. 외국인투수 한 자리만 남은 상태다.
장 단장 부임 후 2개월간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역시 과거의 다양한 이력이 도움이 많이 됐다. 키움 운영팀장 시절(2012년) 이택근을 4년 50억원에 붙잡은 기억을 떠올렸다. "계약의 전반적인 부분은 부사장님이 지휘했고, 사실 이택근과 같은 부산 출신의 (전직)홍보팀장이 큰 도움이 됐다. 나는 뒤에서 궂은 일을 했다"라고 했다.
필드에서 선수로 뛰다 직접 FA 계약을 해보니 "그래 이거지. 돈이 다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 단장은 "물론 금액에서 합의점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서로 신뢰가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장 단장은 양현종과 나성범에게 터 놓고 다가갔다. 협상 파트너가 아닌 야구선배로 이런저런 사람 사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한다. "너무 말을 많이 주고 받아서 뭐라고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할 정도다. 그만큼 바빴다.
외부에는 양현종과의 협상에서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비쳤으나 장 단장은 "그렇지 않다. 현종이와는 항상 좋게 얘기해왔다. 현종이가 (서운하다 발언으로 팬들의 역풍을 맞고) 힘들어했다. 야구 선배로서 안타까웠다. 선수로선 만족할만한 숫자를 받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충분히 이해했다"라고 했다.
마음을 터놓은 지속적인 소통이 진정성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돈이 더해지며 화룡점정을 이뤘다는 게 장 단장 얘기다. "전략적으로 돈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정확히 전달돼야 한다. 그런 부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감독 시절에도 운영팀장 경험이 큰 도움이 됐고, 단장이 되니 감독 및 해설위원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단장으로선 이제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프런트 1인자로서 제시해야 할 리더십도 지켜봐야 한다.
장 단장은 마음을 모으면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KIA가 올 겨울 주인공이 된 건 신임 최준영 대표이사의 공이 컸다. 장 단장 부임 전부터 나성범 영입 프로세스를 짜놨다. 조직개편까지 완료했다. 장 단장은 적응의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장 단장은 "최 대표님에게 우리 팀은 리빌딩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가 있으면 투자를 하셔야 한다고 했다. 대표님도 과감하게 해보자며 움직였다. 팀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래서 움직일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재미 있게 했다. 잘 돼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KIA 장정석 단장.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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