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가을야구 본능마저 사라지나.
키움은 FA 시장의 전통을 지켰다. 내부 FA를 합리적인 선에서 붙잡고, 굵직한 내, 외부 FA들은 놓치는 공식과도 같은 움직임을 이어갔다. 구단 운영이 풍족하지 않은 현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친 현실은 명확하다.
그렇게 박병호가 빠져나갔다. 2011년 LG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사실상 프랜차이즈 간판이나 다름 없었다. 이제 키움 팬들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박병호의 빈 자리를 십시일반으로 메워야 한다.
끝이 아니다. 조상우도 없다. 조상우는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곧 시작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20홈런을 보장하는 홈런타자에 불펜 에이스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중위권의 키움 전력이 하위권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키움은 전통적으로 '돌려막기'에 강했다. 스카우트 출신 고형욱 단장의 선수를 고르는 안목은 정평이 나있다. 신인 스카우트 및 육성에는 탁월한 강점을 보인다. 계속 젊은 선수들을 2군에 대기시켜 플랜 C~D를 준비해왔다. 시스템으로 자리 잡혔다. 키움은 '강제 리빌딩'을 실시 중인 한화 다음으로 선수단 평균연령이 젊다. 박병호와 조상우가 빠져나갔으니 내년 페이롤, 평균연령은 더 내려간다.
때문에 주축들의 부진 및 부상에도 잘 버티는 내성이 있었다. 성적이 말해준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지만 2013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시즌(2017년)을 제외하고 모조리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그렇다고 해도 박병호와 조상우의 동반 이탈은 앞선 공백들과는 결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20홈런, 20세이브를 보장하는 선수들이었다. 십시일반의 힘으로 메우는 것도 쉽지 않은 영역이다. 홈런타자와 세이브 투수를 하루 아침에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은 없다.
단, 지난 2년간 5위에 머무르면서 착실하게 기용해온 젊은 선수들이 있다. 내야수 김주형, 김휘집, 외야수 변상권, 투수 김동혁, 김성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몇 명이 포텐셜을 터트리고, 또 새로운 누군가가 올라오면서 다른 파트의 힘을 끌어올려 전체 전력의 밸런스를 맞춰가는 게 현실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투타의 기둥 두 개가 동시에 빠져나간 건 너무 커 보인다. 장기레이스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고, 몇 가지 좋지 않은 변수들이 터지면 추락은 시간문제다. 올 시즌 키움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4팀은 말할 것도 없고 전력을 보강한 KIA와 NC보다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원기 감독이 1년차보다 험난한 2년차를 맞이할 듯하다.
[박병호와 조상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