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병호와의 결별이 문제가 아니다?
FA 박병호의 KT행이 여전히 키움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병호는 2011년 트레이드로 입단했다. 그러나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KBO를 대표하는 거포이자 팀의 얼굴로 성장했다. 사실상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영구결번급 핵심 멤버였다.
키움은 2008년 창단 후 수 많은 선수를 트레이드, FA를 통해 내보냈다. 그러나 이번 박병호 이적만큼 파장이 크지 않았다. 모기업 없이 스폰서들로 시즌을 운영하는 팀의 특성상 선수 한 명에게 거액을 쓰기 어렵다고 해도, 다름 아닌 박병호와의 협상에서 사실상 느슨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드러나면서 엄청난 질타를 받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키움은 내년에 박병호 뿐 아니라 조상우도 없다. 사회복무요원으로 활동, 2년간 유니폼을 벗는다. 20홈런과 20세이브를 보장하는 투타 핵심의 동반 이탈. 전력에 엄청난 누수가 예상된다.
키움이 역대 FA 시장에서 보여준 행보를 감안하면 2022-2023 FA 시장에 나서는 박동원과 한현희도 잔류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일발장타력을 갖춘 포수와 리그 최상위급 사이드암 선발투수의 이탈이 현실화되면, 키움은 2022년보다 2023년에 전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
끝판왕은 간판스타 이정후다. 이정후는 2023시즌을 마치면 해외진출자격을 얻는다. 2017년에 입단, 풀타임 7년을 채우기 때문이다. 실제 이정후는 과거 시상식에서 "기회가 되면 해외에 진출하고 싶다"라고 했다.
키움은 이미 강정호(2015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포스팅 500만2015달러), 박병호(2016년 미네소타 트윈스, 포스팅 1285만달러), 김하성(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포스팅 552만달러)의 포스팅시스템에 의한 메이저리그 이적을 적극 협조하며 약 2337만달러(약 278억원)를 챙긴 역사가 있다.
전성기를 달리는 이정후가 갑자기 해외진출 꿈을 접거나, 키움의 운영기조가 갑자기 바뀌지 않는 한 키움과 이정후는 2년 뒤 결별이 유력하다. 이미 이정후를 꾸준히 체크하는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구단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빠져나간 굵직한 선수만 모아보자. 강정호, 손승락, 유한준, 채태인, 김민성, 김하성, 김상수(SSG), 서건창(LG), 박병호(KT)다. 2년 뒤 돌아올 조상우를 제외하더라도 어지간한 팀의 1군 주전라인업과 맞먹는다.
여기에 향후 2년간 한현희, 박동원, 이정후, 이지영까지 빠져나가면 키움은 거의 '재창단' 수준의 리빌딩이 불가피하다. 2023시즌이 끝나면 또 다른 포수 이지영도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물론 키움은 탁월한 신인 선발 및 육성, 리빌딩이 주특기이긴 하다. 그러나 한현희, 박동원, 이정후, 이지영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들을 모두 놓치고 조상우 공백 2년을 포함하면 향후 2~3년간 순위다툼서 크게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하위권 추락을 넘어 '폭망' 우려까지 제기된다.
더 중요한 건 팬심이다. 팬들이 키움은 리빌딩의 팀이라는 걸 마음으로 이해해도 간판들이 이런 식으로 줄줄이 떠나면 키움을 계속 응원하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을까. 2년 뒤 이정후마저 이탈할 경우 박병호 이적 이상으로 팬심이 요동칠 수 있다.
키움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팬 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입장수입이 상당히 중요한 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광고 및 스폰서 유치가 아무래도 다소 위축됐기 때문이다. 스폰서는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박병호의 이적 및 이정후의 2년 후 이탈 위기를 통해 키움의 딜레마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떻게 보면 구단의 구조적, 태생적 한계다.
[박병호와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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