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팬들의 실망감이 있을 것이다."
2021-2022 KBO리그 FA 시장이 막을 내렸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키움은 대표적 패자로 꼽힌다. 유일한 내부 FA 박병호를 붙잡지 못했다. KT가 3년 30억원, 보상금 22억5000만원 합계 52억5000만원을 들여 박병호를 데려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특히 키움 팬들은 구단의 소극적인 태도에 화가 났다. 키움은 박병호 측과 12월 초에 한 차례 대면협상(금액 주고 받지 않아 협상의 성격도 아니었다)을 가진 뒤 1월 초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유선상으로만 연락을 이어갔다. 그러나 KT의 공세로 뒤늦게 한 차례 추가 대면협상을 가진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키움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다. 스폰서들을 유치해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입장수입, 구장 광고 및 중계권료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에 타 구단들보다 데미지가 훨씬 컸다.
실제 최근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약 7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주주들에게 지분율만큼 신주를 발행, 사들이게 했다는 뜻이다. 특히 최대주주(지분율 67.56%) 이장석 전 대표가 약 47억원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나 또 한번 야구계를 술렁이게 했다.
키움이 단순히 돈이 없어서 박병호에게 소극적으로 대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FA 예산을 받아낼 수 있는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뒀다면, 박병호를 쉽게 빼앗겼을까. 키움은 전통적으로 굵직한 FA들을 붙잡지 못했다. 이택근에게 두 차례에 걸쳐 합계 95억원(2011-2012 4년 60억원-역대 유일한 외부 영입, 2015-2016 4년 35억원)을 투자한 게 역대 최대투자였다.
이택근을 제외하고 역대 내부 FA에게 투입한 최대금액은 2019-2020 시장에서 3년 18억원을 투자한 이지영이었다. 그 이지영도 2023시즌 후 다시 FA로 풀린다. 간판스타 이정후도 그때 해외진출자격을 얻는다. 그에 앞서 2022시즌 후 박동원과 한현희가 FA가 된다. 과거 행보를 볼 때, 키움이 이들을 잡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팬들이 모를 리 없다.
물론 키움은 합리적인 경영을 한다. 그리고 신예들을 키우는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 '저비용 고효율'로 근래 들어 2017시즌을 제외하고 계속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그러나 반복되는 선수유출에 키움 팬들은 팀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구단의 수익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딜레마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박병호, 제리 샌즈가 있던 2018~2019년이 우승 적기였지만, 놓쳤다.
MBC스포츠플러스 허구연 해설위원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허 위원은 최근 전화통화서 "선수들 사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팬들도 실망감이 있을 것이다. 사실 키움을 옆에서 보면 안타깝다. 계속 성적을 괜찮게 냈고 좋은 선수도 많았다. 그렇다면 우승을 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실제 키움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페넌트레이스 혹은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구단이다. 이런 방식의 운영에선, 우승이 쉽지 않다. 코로나19까지 겹쳐 더더욱 어렵다. 어쨌든 팬들은 우승을 노리기 힘든 구단에 장기간 충성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
허 위원은 "박병호가 나가면서, 돈 싸움에서(KT에 패배) 키움 팬들에게 주는 실망감이 있었을 것이다. 선수 구성이 좋을 때 우승을 해야 하는데, 우승 기회라는 게 쉽게, 자주 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제 키움은 또 기약 없는 리빌딩에 들어간다. 힘 있는 1루수와 외야수 육성이 시급한 과제다. 올 시즌부터 조상우도 2년간 사회복무요원을 위해 자리를 비운다. 불펜 재건도 필요하다. 허 위원은 "앞으로 키움의 행보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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