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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드라마

'지헤중' 엔딩, 뻔한 송혜교·장기용보다…조연 서사 빛났다 [마데핫리뷰]

시간2022-01-09 06:30:01 오윤주 기자 sop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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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오윤주 기자]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조연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지난 8일 밤 SBS 금토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이하 '지헤중')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주인공 하영은(송혜교)과 윤재국(장기용)은 먼 길을 돌아 결국 재회했다. 이들은 "잘 지냈어요?"라며 밝은 미소로 해피엔딩을 장식했다. 하영은은 개인 브랜드 '화답(HWA答)'을 론칭하고 "화답. 너하고 했던 약속들. 네 사랑이 길을 냈고 그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게 바로 나의 화답. 그렇게 우린 지금 헤어지는 중이다"라는 독백으로 극을 매듭지었다.

'지헤중'은 캐스팅 소식부터 역대급 케미를 예고했다. '멜로퀸' 송혜교의 2년 만 드라마 복귀작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했으나, "또 멜로"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방송이 시작된 후에도 진부한 스토리라는 혹평 속 시청률은 하락세를 보였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주변 인물들의 서사가 더할 나위 없이 빛났다. 어디서 본 듯 시시한 러브스토리보다 현실성 있는 조연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박효주♥윤나무

죽음을 앞두고 가족, 친구와의 이별을 준비한 전미숙(박효주)의 이야기는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남편의 외도에도 강한 척했던 그였지만 결국 절친 하영은 앞에서는 무너지며 "나도 너무 무서워"라고 오열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전미숙의 소중함을 미처 몰랐던 곽수호(윤나무)는 후회 가득한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그의 곁을 지켰다. 그러나 슬픈 운명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전미숙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딸을 키우게 된 곽수호는 서랍에서 선물 상자를 발견했다. 전미숙이 남긴 상자에는 딸이 커가며 필요해질 단계별 속옷, 사춘기에 줄 비밀 일기장 등이 담겨 있었다. 곽수호는 "너처럼 잘할 수는 없을 거야. 그래도 나 열심히 할게. 걱정하지 마"라며 눈물을 삼켰다.

곽수호는 딸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전미숙의 묘를 찾았다. 그의 손에는 전미숙이 좋아하는 커피가, 딸의 손에는 상장이 들려있었다. 두 사람은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며 행복할 앞날을 예고했다.

최희서♥김주헌

최희서와 김주헌은 서툰 어른의 사랑을 그려 호평받았다. 이들은 각각 황치숙과 석도훈 역을 맡아 '지헤중'에 유쾌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당초 황치숙은 윤재국(장기용)에게 반했으나 친구 하영은의 사랑을 응원하기 위해 석도훈에게 계약 연애를 제안했다. 이미 황치숙에게 호감이 있던 석도훈은 이를 받아들인 뒤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배경을 보고 만난다는 오해로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결국 황치숙도 '석며들었다'.

마지막 회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황치숙과 석도훈은 뜨거운 입맞춤과 함께 동거를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황 대표(주진모)는 호통치며 뒷목을 잡았으나, 두 사람은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보고 살만하면 식 올리겠다. 남들이 뭐라고 하면? 웬 상관"이라고 외쳐 마지막까지 톡톡한 케미를 뽐냈다.

최홍일♥남기애

최홍일과 남기애는 서로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60대의 사랑을 현실성있게 완성했다. 두 사람은 극 중 하영은(송혜교)의 부모 하택수, 강정자로 활약한바.

고지식하고 표현에 인색하던 하택수는 강정자에게 이혼 통보를 받은 뒤 조금씩 달라졌다. 이들은 티격태격 부딪히며 재미를 안긴 것은 물론 짠한 순간들로 눈길을 끌었다. 강정자는 "진밥을 좋아하는데 평생 진밥을 못 먹어 물 말아 먹었다. 당신은 모르지?"라며 설움을 토했고, 하택수는 무뚝뚝해 보였지만 "40년 인생의 짝꿍이다. 미운 것이 9개라도 1개는 좋은 것 손에 쥐어주고 싶다"라고 말해 이 시대 아버지·어머니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최종회에서는 이혼 절차를 밟던 강정자와 하택수의 화해 기류가 포착됐다. 하택수는 전등을 고쳐주며 계속 강정자의 곁을 맴돌았다. "당신 어두운 거 무서워 하는데 어떻게 그냥 가"라는 달콤한 멘트까지 덧붙이면서 말이다. 강정자는 "대단한 거 아니고 이까짓 거 해달라는 거였다. 잠깐이라도 걱정해주고 생각해주는 것"이라며 그를 붙잡고 밑반찬을 싸줬다.

송혜교♥최희서♥박효주

남녀의 사랑만 빛났을까. 송혜교, 최희서, 박효주 세 사람의 워맨스가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30대의 일과 사랑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 이들은 친구와의 이별 준비 과정까지 보여줬다.

하영은(송혜교)의 사랑 고민을 들어준 전미숙(박효주), 결정적인 순간 하영은과 윤재국을 응원해준 황치숙(최희서), 상처투성이 황치숙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도록 조언해 준 하영은. 세 사람은 서로 기댈 수 있는 어깨였다. 이 가운데 전미숙의 췌장암 소식은 이들을 아프게 했다.

하영은과 황치숙은 전미숙의 패션모델 꿈을 이뤄줬다. 잠시나마 아픈 자신을 내려놓고 패션쇼 무대에 올랐던 전미숙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아름다운 이별 준비가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긴 여운을 선사했다.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오윤주 기자 sop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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