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설 연휴 온 가족이 즐길 영화를 찾는다면 단연코 '해적: 도깨비 깃발'이다. 시종일관 터지는 웃음, 고차원의 스펙터클, 압도적 액션을 버무린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다.
영화는 역적으로 몰려 쫓기던 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가 우연히 해적 단주 해랑(한효주)을 만나 구사일생 목숨을 건지면서 시작된다. 자칭 '고려 제일검'으로 통하는 무치는 해적선에 오른 이후 해랑의 권세에 한 수 접고 그를 따른다. 한 배에서 운명을 함께하게 된 둘은 바람 잘 날 없는 동행을 이어가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의 보물이 어딘가 숨겨져 있단 사실을 알고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선다.
여기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역적 부흥수(권상우)까지 합세해 바다에 뛰어든다. 비로소 힘을 합친 해적단과 의적단, 부흥수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가 시작된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의 2편이지만 독립적 이야기로 결을 달리한다. 공통점은 바다 위 해적을 다룬다는 것이 전부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개봉 당시 866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한 만큼 김정훈 감독 입장에선 부담감이 컸을 터지만 한 마디로 기대 이상이다. 전작 '쩨쩨한 로맨스'(2010), '탐정: 더 비기닝'(2015)으로 입증한 장기인 코믹은 정돈된 채 보다 강렬해졌고 유쾌한 연출력을 가미해 재빠르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휘황찬란한 영상미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바다와 섬, 동굴을 오가는 모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실제 바다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낸 듯 생생하다. 컴퓨터그래픽(CG)을 맡은 덱스터스튜디오는 그간의 노하우를 총집합해 물속에서 뻗어 나오는 화산, 바다에 내리꽂는 번개, 거대한 해일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완성해냈다. 상상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불기둥, 번개섬과 고래, 펭귄 같은 생생한 동물 크리처 역시 모두 정교한 기술력으로 만들어냈다.
강하늘부터 한효주, 이광수, 권상우, 채수빈, 오세훈, 김성오, 박지환까지 배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등장인물이 많은 탓에 어수선하리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듯하다. 전부 적재적소에 등장해 빛을 발한다. 그중 강하늘은 예기치 못하게 해적선에 얹혀 지내게 된 무치를 특유의 능청스런 얼굴로 유연하게 그려내며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한효주는 냉철한 판단력, 따스한 마음씨를 겸비한 해랑으로 '믿보배'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크랭크인 전부터 꾸준히 트레이닝하며 남다른 열정을 쏟은 그는 육해공을 넘나드는 고난도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해적단을 묵묵히 지키는 명사수 한궁으로 변신한 오세훈은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안정감 있는 연기력과 활 액션을 소화하며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이광수는 역시 이광수다. 유쾌한 웃음, 재치를 무기로 호기롭게 존재감을 떨친다. "그동안의 호흡 중 최고였다"라는 말대로 펭귄 떼와의 연기 합도 압권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생동하면서도 하나로 뭉쳐선 흠잡을 곳 없는 어우러짐을 보여준다. 보물을 찾고자 물속에 뛰어들어 펼치는 단체 수중 액션 신은 영화의 진짜 묘미이기도 하다. 긴 호흡에도 감정을 유지하며 바다를 자유자재 유영하는 열연을 통해 어디서도 접할 수 없었던 황홀한 영화적 체험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6분.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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