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1세 최고 우완이었던 투수가 22세에도 최고 우완투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
KBO리그 10개 구단은 최근 2~3년간 20대 초~중반의 젊은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선발투수로 중용했다. 그러나 2~3년 연속 꾸준히 리그 최상위급 퍼포먼스를 보여준 투수는 거의 없었다. 한국야구가 '제2의 류현진과 김광현, 양현종'을 배출하려면 일단 이 벽을 깨는 투수가 나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 원태인(22)의 2022시즌 행보는 단연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21세 투수들 중 최고의 실적을 냈다. 26경기서 158⅔이닝을 소화하며 14승7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3년만에 삼성 토종 우완 에이스가 됐다.
다승 공동 4위에 평균자책점 5위였다. 원태인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 톱10에 20대 투수는 최원준(두산, 27세, 3.30)이 유일했다. 다승 탑10에 든 20대 투수도 최원준(12승)과 김민우(한화, 14승)가 전부였다.
원태인이 작년 삼성 토종 우완 에이스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투수로 거듭난 원동력은 변화구 완성도 향상이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원태인의 2020시즌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225였다. 그러나 2021시즌에는 0.185였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284서 0.198로 뚝 떨어졌다.
특히 체인지업의 완성도 향상이 인상적이었다. 과거 우투수들은 왼손 강타자들에게 약한 면모가 있었다. 그러나 원태인을 비롯해 우투수들이 체인지업을 효율적으로 구사하면서 지난해 주요 좌타자들이 다소 고전한 측면이 있었다.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힘 없는 1,2루 방면 땅볼을 많이 유도했다. 실제 좌타자 피안타율도 2020년 0.307서 2021년 0.258로 내려갔다.
원태인은 입단 3년만에 삼성의 암흑기를 끊은 주역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비록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 한 경기로 2021시즌의 성과를 깎아 내릴 수 없다. 이제 원태인은 만 22세 우완투수들 중에서도 최고로 거듭날 준비를 한다.
작년 못지 않게 중요한 시즌이다. 삼성은 올 시즌에도 좋은 전력으로 평가 받는다. 박해민(LG) 공백이 있지만, 그렇다고 확 내려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팀 전체의 애버리지가 올랐는지 확인하는 시즌이다. 원태인 역시 작년 커리어하이가 우연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애버리지가 향상됐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 시즌이다. 배영수에 이어 라이온즈 토종 우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즌이다.
그의 소원대로 데이비드 뷰캐넌과 FA 백정현, 강민호가 모두 남았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존재들이다. 당연히 삼성과 원태인에게 올해 최고 목표는 라이온즈파크에서 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것이다. 원태인으로선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직행을 했으니, 올 시즌에는 무조건 한국시리즈를 향해 달리는 게 맞다.
동기부여 요소는 또 있다.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이다. 24세, 1998년생 이하 선수들이 대표팀 주축이다. 원태인이 작년 기량을 이어간다면 대표팀 발탁이 유력하다. 상황에 따라 대표팀 에이스가 될 수도 있다. 비슷한 나이에 원태인보다 확실히 나은 선발투수도 찾기 어렵다. 금메달을 따면 작년 도쿄올림픽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병역혜택을 받는다.
원태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강민호에 대한 감사함, 또 한번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하는 열망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1년 21세 최고 우완투수가 2022년 22세 최고 우완투수를 향해 달린다.
[원태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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