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는 하지만 안타까움이 먼저 앞서는 비운(悲運)의 좌완 주형광(46)의 근황이 전해졌다. 롯데 팬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분위기다.
모 야구 지도자는 “주형광이 초등학교 감독을 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롯데 구단의 상황을 볼 때 참 아쉽다. 처음 소식을 듣고 나도 놀랐다. 일찍 은퇴를 하게 되면서 누구보다 투수로서 야구에 대해 깊이 연구했다. 선수 시절에는 롯데 자이언츠를 위해 부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결국 부상 때문에 31세에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했다. 그리고 줄곧 롯데의 투수 코치로 1, 2군 재활군을 오갔다. 롯데 투수진을 제대로 알고 있는 구단의 소중한 지도자인데 왜 롯데가 그를 쓰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프로 지도자 경력이 풍부한 그는 “프로구단들이 외국인 지도자들을 쓰는 것은 이해한다. 단 조건이 있다. 외국인 코치가 우리 지도자들과는 다른 장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깊게 들여다보면 단지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다는 것만으로 무작정 높이 평가 받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형광은 부산중-부산고를 나온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 출신으로 ‘혹사’의 희생양이다. 부산고 시절에 흥미롭게도 라이벌 팀 경북고의 같은 좌완 에이스가 현재의 KBO 홍보대사 이승엽이었다.
주형광은 롯데와 당시 고졸 신인 최고인 계약금 9200만원, 연봉 1200만원 총액 1억400만원에 계약하고 1994년 프로에 데뷔했다. LG에 입단한 타자 김재현(1억100만원)과의 계약금 1위 경쟁이 화제였다.
주형광은 고졸 데뷔 첫해부터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만 18세의 나이에 11승5패1세이브, 평균 자책점 3.04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해 신인왕은 현 LG 트윈스 류지현 감독의 몫이었다.
데뷔 2년 차인 1995시즌에는 30경기에서 200과 1/3 이닝을 던지며 10승7패 평균 자책점 3.05를 기록했다. 그해 롯데(감독 김용희)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김인식감독의 두산 베어스에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승4패로 졌다.
주형광은 1996시즌 3년차에 무려 216과 2/3이닝을 투구했다. 18승에 221개의 탈삼진으로 2관왕에 오르기는 했으나 역시 무리였다.
1997년 입대했으나 의병으로 제대했다. 몸의 여러 기능에 이상이 온 것이다. 그러나 팀 사정상 곧 바로 1군에 합류해 등판을 강행했다. 삭발 투혼도 화제가 됐다.
주형광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불꽃 투혼을 펼친 시기가 1999시즌이었다. (고)김명성감독 체제하에 주형광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현 한화 정민철 단장과 맞대결을 펼쳤으나 1-2로 패했다.
주형광은 최동원 윤학길 염종석 손민한 등 전통적으로 롯데가 자랑 하는 우완 에이스 계보를 왼손 투수로 이어 나간 투수이다. 그의 왼손 계보는 장원준이 이었으나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
주형광은 재활을 반복한 끝에 결국 2007시즌 2패만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통산 14시즌에서 87승82패9세이브, 평균 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만 18세에 데뷔해 31세에 은퇴했는데 고교시절부터 프로까지 늘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200승이 가능하다는 투수가 100승도 못하고 은퇴했다.
롯데 구단은 프랜차이즈에 헌신한 주형광을 지도자로 키웠다. 2008년 자매 구단인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로 1년간 연수를 보낸 뒤 2009시즌부터 재활군 코치로 복귀시켰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1년간 코치로 일했으니까 롯데에서만 선수 14년, 연수 1년, 코치 11년으로 무려 26년을 함께 했다.
그러나 현 성민규 단장 체제가 된 2019년 10월 롯데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야인이 되고 말았다. 성민규 단장은 이용훈코치마저 NC 다이노스로 떠나자 올시즌 메이저리그 출신 리키 메인홀드 코치를 영입해 투수 총괄로 1군을 맡겼다. 리키 메인홀드 코치는 롯데 투수들을 처음 만난다.
주형광은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는 못했으나 1995년에 이어 1999년 롯데의 마지막 한국 시리즈 마운드에 선 투수 출신이어서 팬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다.
주형광은 1년간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고 지난 해 초등학교 감독을 맡았다. 어린이들에게 야구의 길을 열어주는 소중한 일로 생각하지만 프로에서도 소중한 그의 수준과 경험이 아깝기도 하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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