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축산단체, 가전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 촉구...농식품부 규탄 총궐기대회 개최
- "축산업 말살하는 가전법 개정 저지 삭발 투쟁" 전개
- 양돈농가, "팔도강산 뛰노는 멧돼지는 어쩌지 못하면서 축산농가만 때려 잡느냐" 격앙
[사진설명:손세희 대한한돈협회 회장이 삭발식을 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27일 오후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승호) 소속 299명의 축산농가들이 ‘축산업 말살하는 농식품부 규탄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상징물을 발로 밟아 부수며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고, 손세희 대한양돈협회장을 비롯한 축산관련단체 소속 단체장들은 현장에서 삭발을 단행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집회에는 더 많은 축산농가들이 모였지만 방역지침으로 집회장 내 인원이 300명 이하로 제한돼 참석하지 못했다.
한창 바빠야 할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전국의 축산농가들이 왜 이렇게 단단히 뿔이 났을까?
농식품부가 지난 12일 입법 예고한 ‘가축전염병 예방법’(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불씨가 됐다.
[사진설명: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27일 전국에서 모인 축산농가와 함께 가축전염병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철회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방역규정 위반 농가에 대한 처벌의 세부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 사육제한·폐쇄 명령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존의 가전법에는 명령 절차 ·기준이 불명확해 일선 현장에서 명령 처분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가축 사육시설 폐쇄·사육제한의 기준이 되는 위반사항은 대략 7가지이다.
이 가운데 ▲가축 또는 오염우려 물품, 이동제한명령 위반 ▲외국인 근로자 고용신고·교육·소득 미이행에 따른 가축전염병 전파 ▲가축전염병 확산 국가에서 입국한 축산농가의 입국신고 미이행에 따른 가축전염병 전파 ▲국립가축방역기관의 검사·소독 등 조치 거부·방해 또는 기피에 따른 가축전염병 전파 ▲신고 대상 가축 신고 지연 등 행위가 적발된 농가엔 1회 적발만으로 사육제한 3개월 처분이 내려진다. 2회 적발 땐 사육제한 6개월, 3회 적발 때는 농장 폐쇄 조치가 시행된다.
이 외에도 예방접종 명령 3회 이상 위반, 소득 설비·이행 위반 등 방역 규정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사육제한·농장폐쇄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사진설명:농식품부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강력 규탄하며 대한한돈협회 임원들이 집단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또 가전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전체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8대 방역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점방역관리지구에 속한 농가만 8대 방역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전국의 모든 돈사가 내·외부 울타리, 전실, 방역실, 입출하대, 물품 반입시설, 방조·방충망, 축산 관련 폐기물 관리시설 등 방역설비를 갖춰야 한다.
축산차량 등록 대상도 확대된다. 기존엔 가축 소유자가 소유·임차한 차량은 축산시설 출입차량 등록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지만, 개정 후엔 등록 대상으로 지정된다.
[사진설명: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즉각 철회 촉구발언 중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이승호 회장]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개정 시행령이 발효되면 방역수칙을 하나만 어겨도 사육 제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미 농가들은 방역을 소홀히 하면 과태료를 물고 있는데 여기에 사육 제한 등 처분까지 내리는 건 이중 처벌이며 심각한 재산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은 “개정 시행규칙이 추진되면 전국 양돈농가들이 모두 8대 방역시설을 마련해야 하는데 내부울타리나 전실과 같은 시설물은 구조적·법적 문제로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면서 “농가들이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하고 못 지키면 농장을 폐쇄하겠다는 건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진설명:축산관련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강력 규탄하며 상징물을 격파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입법 추진 과정도 문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손세희 회장은 “입법예고 기간인 60일도 지키지 않고 20여일 만에 졸속 처리하려 한다”면서 “8대 방역을 미끼로 살처분 시 90% 살처분 보상금을 주겠다고 홍보하는 것이 이 나라 공무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회에서는 가전법 개정 철회 요구와 함께 김현수 장관이 임기 동안 실시한 축산정책 실책에 대한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축산농민들은 연대발언을 통해 “농가 없이 방역만 남는 가전법 개정은 누구를 위한 제도란 말인가? 농가를 살리려던 방역이 언제부터 농가를 벼랑끝으로 몰아넣는 사형선고가 되었는가?”라고 반문하고, “정부는 팔도강산 제 맘껏 뛰어다니는 멧돼지는 어쩌지도 못하면서 정부 말만 믿고 성실하게 가축 농사짓는 축산농민만 때려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설명:축산관련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농식품부 이동식 방역국 방역정책과장에게 가축전염병예방법 즉각 철회 결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축산농가 대표는 투쟁선언문을 통해 축산농민의 생존권을 위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퇴진 ▲축산농가 다 죽이는 가전법 개정 즉각 철회 ▲한돈농가 8대 방역시설 의무화 철회 ▲농가 죽이는 방역규제 철폐하고 상생대책 제시 등 4대 요구사항을 담은 결의문을 발표하고 이를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했다.
[사진제공:대한한돈협회 제공]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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