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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세계 4위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던 러시아의 경제가 국제사회의 제재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장부상 외환보유액과 실제 러시아가 손에 쥐고 있는 보유액의 괴리가 크다는 점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6310억 달러(752조원)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지닌 러시아 루블화가 급락한 배경을 분석했다.
당초 러시아는 외부의 경제 제재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가졌다고 평가됐으나 막상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되는 등 제재 수위가 높아지자 루블화의 가치는 폭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금융시장이 급격히 출렁이는 건 대부분 외환이 외국에 묶여 있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마이클 번스탬 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이 현재 보유한 외환은 120억 달러(14조5000억원)로 전체의 2%도 되지 않는다. 중국 국채로 보유한 외화 자산이 840억 달러(101조원), 금으로 보유한 자산은 1390억 달러(167조4000억원)다.
나머지 외환 4000억 달러(482조원)는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외국의 중앙은행 및 시중은행에 보관돼 있다. 전체 외환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루블의 가치를 담보하고 러시아 수출입 거래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 자산을 동결하는 초강수를 꺼내면서 러시아가 가용할 수 있는 외화 자산은 급격히 줄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절반을 동결키로 했으며 미국도 이날 러시아 중앙은행이 소유한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외화는 120억 달러에 불과한 상황이다.
중국 국채를 현금화해 위안화를 확보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중국 상품밖에 살 수 없다. 또 당장 러시아의 금을 매입하려는 이를 찾기도 어렵다. 로버트 퍼슨 미 국방대학 교수는 “루블화가 붕괴하면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황이 야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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