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쭉 뻗은 팔과 다리, 일그러지는 표정까지. '81억원 사나이' 김광현(SSG)이 진짜 돌아왔다.
김광현이 2000년대 좌완 삼총사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양현종(KIA)과 결정적인 차이점 하나가 있다. 와일드한 투구폼이다. 김광현은 와인드업으로 던질 때, 팔을 크게 올리면서 허리를 확 제치며, 공을 던진 뒤에는 왼 다리가 머리(고개를 자연스럽게 숙인 상황) 높이까지 올라온다.
표정은 자연스럽게 일그러진다. 모든 투수가 투구할 때 악을 쓰기 때문에 인상이 흐트러지는 건 당연하다. 아무래도 김광현은 동작이 좀 더 와일드하기 때문에 표정도 좀 더 일그러지는 경우가 많다.
김광현의 팬들은 김광현의 이런 와일드한 폼을 좋아한다. 공 하나에 혼을 싣기 위해 얼굴과 온 몸을 힘껏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다. 사실 투수가 나이를 먹으면 부상을 방지하고, 컨트롤을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폼을 작게 하는 경우가 있다. 세트포지션으로만 던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김광현은 와인드업이든 세트포지션이든 여전히 와일드한 폼을 고수한다.
SSG 김원형 감독은 2007년 김광현 입단 후 최고참과 신인으로, 투수코치와 에이스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김광현이 올해 4년 151억원 계약으로 SSG 유니폼을 입으면서, 감독과 에이스로 재회했다.
김 감독도 지난 24일 시범경기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광현이의 폼이 다른 투수들보다 큰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광현 역시 폼에 변화는 있었다. 김 감독은 "내가 선수였을 때와 코치였을 때, 감독일 때로 나눠 비교해보면, 내가 선수였을 때 20대 초반의 광현이 폼은 정말 컸다. 그 이후 코치였을 때와 지금은 큰 차이가 없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김광현이 20대 초반에는 지금보다 폼이 더 컸다고 회상했다. "타점이 지금보다도 높았다"라고 했다. 마이데일리 사진 DB를 찾아보니 실제 그렇다. 맨 위의 사진은 2008시즌 투구모습이다. 왼 다리가 머리 위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맨 마지막 사진은 지난 22일 시범경기 인천 LG전이었다. 왼 다리가 머리와 비슷한 높이까지만 치솟았다. 김 감독은 "광현이도 나이가 서른 다섯이다. 30대 중반인데 지금 정도의 폼을 유지하는 건 대단한 것이다"라고 했다.
김광현도 토미 존 수술로 2017시즌을 건너 뛰었다. 2011년과 2012년에 16~17경기 등판에 그치긴 했다. 그 시기를 제외하면 모두 20경기 이상 등판했다. 오히려 2017년 전후,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더 많은 경기에 꾸준히 나섰다.
꾸준히 에이스 노릇을 해왔고,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2년간 허리 부상 이슈가 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대체로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해왔고, 그러면서 와일드한 폼도 유지하고 있다. 시범경기인데 패스트볼 최고구속도 150km까지 나왔다. 오히려 미국에서 뛸 때보다 구속이 더 나온다.
미국에선 투구 템포도 더 빨라졌다. 김 감독도 "거의 공을 받자마자 바로 던지는 수준"이라고 했다. 체력 소모가 심할 수밖에 없지만, 커맨드는 일정했고 구위도 뒷받침됐다. 종합하면 그만큼 김광현이 몸 관리를 잘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몸 관리의 대명사' 추신수조차도 "내가 말할 필요가 없는 선수"라고 했다. 그리고 더 강력해졌다.
그런 김광현은 3년만에 특유의 와일드한 폼으로 인천 팬들에게 인사를 앞뒀다. 내달 2일 페넌트레이스가 개막하고 SSG랜더스필드에 관중이 가득 차면, 사람들은 김광현 특유의 폼을 다시 감상할 수 있다. 그 폼에서 나오는 그 공들이 모여 SSG의 숙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린다.
[김광현의 과거와 현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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